‘왜 오늘 오신 거지? 당뇨에 걸리면 신장기능이 떨어지고 이것이 단백뇨로 드러난다는 뉴스를 어제 보셨나? 지인이 방광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으셨나?’ 건강에 관련한 무슨 기사나 예능이 뜬 건 아닌지 찾아보는 것도 매일의 일과다. 건강백세를 염원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소변에 대해서 집중 조명을 하고 나면, 당분간 소변 걱정을 하는 분들이 더 자주 오시곤 하니까.
그분은 걱정이 컸다. 우선 가장 간단한 소변검사인 스틱검사를 해보았다. 아주 깨끗했다. 물론 미세한 단백뇨는 일반적인 스틱검사에서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분은 당뇨도 없고 고혈압도 없고 다른 과거력이 특별히 없는 분이라 단백뇨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았다. 소변검사 결과를 잘 설명해 드리고 걱정할 것이 없다고 말씀드렸으나, 걱정과 불안이 잠재워지지 않는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소변을 누면 어떨 땐 거품이 많이 난다. 또 어떨 땐 별로 거품이 없다. 사실 소변의 거품은 성분에 의해 좌우될 때도 있지만, 소변이 배출되는 속도에 기인한 것일 때가 더 많다. 시원하게 힘차게 좍~ 누면 소변 배출 속도가 높아 거품이 보글보글 많이 올라오는 것이다.
나는 뜬금없이 그분께 물었다.
“맥주 드시나요?”
“맥주? 맥주 먹지요. 많이는 안 마셔요. 갑자기 맥주는 왜요?”
“맥주 브랜드에 따라 거품이 많이 나는 종류도 있고, 그렇지 않은 종류도 있지요. 그런데 똑같은 맥주라도 잔에 따르는 속도에 따라서 거품이 날 때도 있고, 거품이 나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맥주 따르는 거 보신 적 있지요? 소변도 사실 마찬가지예요.”
“아! 그러고 보니 제가 소변에 거품이 나길래 걱정이 되어서 씻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소변을 일부러 힘줘서 세게 눴어요. 그래서 거품이 점점 더 났던 거군요!”
“그런 거 같네요. 힘줘서 세게 누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소변을 눠 보시고 거품 양을 살펴보세요. 그리고 소변 세게 누는 거 좋지 않아요. 방광에 압력을 너무 많이 주면 신장 쪽으로 소변이 역류할 수도 있거든요.”
“그나저나 하하하하, 진료실에서 이렇게 맥주에 빗대어 설명을 해주시다니…. 의사 선생님이랑 이렇게 맥주 마시는 얘기하는 거 신선하네요.”
그분은 눈을 찡긋하며 웃음을 보이고는 진료실을 나가셨다. 그 여유로운 모습에서 한결 걱정과 불안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나저나 나도 참, 하필이면 맥주로 비유하다니.
추혜인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