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취임사서 '민주주의' 11번 외친 바이든..."통합에 영혼 걸겠다"

입력 2021-01-21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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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 질 바이든이 20일 낮 워싱턴 의회의사당 앞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 질 바이든이 20일 낮 워싱턴 의회의사당 앞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민주주의가 승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통합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지며 제46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분열로 얼룩진 ‘트럼프 시대’를 뒤로하고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2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워싱턴D.C. 연방의사당 야외무대에 마련된 취임식장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이후 취임사에서 “미국의 통합에 영혼을 걸겠다”고 말했다. 취임식을 앞두고 자신의 당선을 인정하지 않는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할 정도로 분열된 미국을 하나로 묶겠다는 얘기다.

그는 '민주주의 승리'로 취임사의 포문을 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한 후보가 아닌 민주주의의 승리를 축하한다. 친구들이여, 지금, 이 순간 민주주의가 승리했다”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19분께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마스크를 착용한 채 취임식장에 등장했다. 전임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만나 취임식장으로 함께 이동하는 게 관례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셀프 환송’ 후 거주지인 플로리다로 이동해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예정대로 참석해 취임을 축하했다.

그는 “얼마 전 폭력이 의회의 토대를 흔들려고 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를 상기한 뒤 “200년 이상 이어졌던 것처럼 오늘 평화적으로 권력 이양이 됐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에 참석한 조지 W. 부시 등 전임 대통령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했지만, 전임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민주주의는 소중하지만, 연약한 제도라는 사실을 재차 배웠다. 지금 이 순간 민주주의는 다시 승리했다”며 지난 4년간 미국 사회에 부정적인 유산을 남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에둘러 비판했다.

“미국의 통합에 영혼을 걸겠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회 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 연설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이날 취임식에는 전임자의 축하뿐 아니라 수십만 명의 인파도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회 난동으로 안전 우려까지 겹치면서 취임식장 인근 접근이 통제됐다. 통상 취임식 때 수많은 군중이 몰리는 명소인 의사당 앞 내셔널몰 역시 문을 닫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극단적인 정파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지목하면서 “미국은 이 세력들에 맞서 싸워야 하고,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최근 의사당 난입 사태를 거론하면서 “절대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모든 영혼은 미국을 다시 합치고 통합시키는 데 걸겠다”며 “분노, 원한, 증오, 극단주의, 불법, 폴력, 질병, 직업과 희망의 상실이라는 공통의 적과 싸우기 위해서는 통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다양화된 현대 미국 사회에서 통합을 이뤄내겠다는 포부가 백일몽처럼 들릴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평화적인 테두리 안에서라면 상대방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자유가 있는 것도 미국의 강점”이라면서 “나를 지지한 사람만이 아닌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인종과 종교,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배척하는 미국 사회의 분열상을 언급하면서 “이런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장 전경. 이날 취임식은 코로나19 재확산과 안전 등의 우려로 이전 대통령 취임식과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워싱턴D.C/AP뉴시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장 전경. 이날 취임식은 코로나19 재확산과 안전 등의 우려로 이전 대통령 취임식과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워싱턴D.C/AP뉴시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역사는 공포가 아닌 희망, 분열이 아닌 통합, 어둠이 아닌 빛으로 써 내려 가야 한다”면서 “미국 사회가 통합을 이뤄낸다면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도 극복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번 세계에 관여”

그는 내부적으로는 ‘통합’을 강조하면서 대외적으로는 ‘동맹’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가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며 미국의 새로운 외교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사실상 전임자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는 “미국은 시험을 받았고 우리는 더 강해졌다. 우리는 어제의 도전이 아니라 오늘과 내일의 도전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을 복구하고 다시 한번 세계에 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단지 힘의 본보기가 아니라 본보기의 힘으로 이끌 것”이라며 “우리는 평화와 진보, 안보를 위해 강력하고 믿을 수 있는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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