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출범] 25년 진통 끝 결실…‘정치적 중립’·‘1호 사건’ 관심

입력 2021-01-21 16:44 수정 2021-01-2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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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신태현 기자 holjak@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신태현 기자 holjak@

고위공직자의 부패 범죄를 수사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김진욱 초대공수처장, 윤호중 국회 법사위원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현판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1996년 참여연대가 공수처를 포함한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한 뒤 추진과 무산을 반복한 지 25년 만이다.

검사와 판사, 고위 경찰 관련 범죄를 수사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쥔 공수처는 검찰의 자의적인 수사권, 기소권 행사에 대한 비판과 반성에서 출발했다. 공수처 출범을 계기로 70년간 공고했던 검찰의 기소 독점 체제가 깨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입법 청원부터 출범까지 '25년'

참여연대는 1996년 공수처에 관한 14개 조문이 담긴 부패방지법안을 입법 청원했다. 그러나 입법화되지는 못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공직비리수사처’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고 설립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2002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공수처 설치를 공약으로 내놓고 참여정부 출범 후 공수처를 설치하려 했으나 검찰과 야당의 반발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다양한 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수처 설치를 대선 공약으로 삼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2017년 공수처 출범 논의가 본격화했다.

이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다.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제외한 여야 4당은 2019년 4월 검경수사권 조정법안과 함께 공수처 설치법안을 패스트 트랙에 올리기로 합의했다. 자유한국당의 국회의장실 점거, 필리버스터 등 대립이 이어진 끝에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공수처 설립준비단이 출범하고 7월 공수처법이 시행되고서도 초대 공수처장 인선을 둘러싼 여야 갈등은 이어졌다. 여당이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고 후보자 추천을 강행하고 나서야 공수처 출범이 현실화됐다.

지난해 12월 30일 문 대통령은 김 처장을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처장은 19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이날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김진욱, 3년 임기 시작…차장 인선·수사팀 구성 난항 예상

3년의 임기를 시작한 김 처장은 곧바로 차장 인선과 수사팀 구성, 수사처 규칙 공포 등 공수처 가동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 처장을 보좌할 차장은 공수처법에 따라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판사 출신인 김 처장의 수사 경험에 대한 우려와 함께 향후 임명될 차장이 사실상 실질적인 수사 지휘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김 처장은 검찰·비검찰 출신을 가리지 않고 후보를 선정해 법조 경력이 충분한 인물 여럿을 제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 처장은 이날 "적어도 다음 주 중엔 되지 않겠느냐"며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복수의 인물을 제청하는 데 대해서는 "두 사람도 복수고 서너 사람도 복수"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차장 인선 과정에서도 수사 능력과 정치적 성향 등을 중심으로 야당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수사팀 구성도 난항이 예고돼 있다. 수사처 검사를 뽑게 될 공수처 인사위원회 구성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인사위는 처장과 차장, 처장이 위촉한 외부 전문가 1명, 여야가 추천한 위원 각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인사위가 꾸려진 뒤에는 검사와 수사관 선발을 거치게 된다. 공모를 진행한 뒤 면접 등 절차를 거쳐 인사위가 의결해 검사 23명 이내, 수사관 40명 이내로 수사팀을 구성한다.

인사위 구성과 수사팀 선발 등 일정을 고려하면 공수처는 2~3달 후에야 온전한 수사체로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적어도 두 달은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야 아닌 국민 편…정치 중립성 지킬 것"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공수처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권력기관 개혁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공수처 출범은 여당이 예고한 ‘검찰개혁 시즌2’와도 맞물렸다.

검찰은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다. 여당은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기소권만 남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공수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유일한 기관이 된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진 공수처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정권 수호에 급급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처장은 “공수처는 여당도 야당도 아닌 국민 편만 들겠다는 자세로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것”이라며 “외압을 막아주는 방패막이가 공수처장의 첫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분리 △내부 '이의제기권' 활성화 △외부 인사가 포함된 감찰 기구 구성 △주요 의사 결정 시 국민 의견 수렴 등 내부 견제 장치 마련 계획도 밝혔다.

'1호 사건' 대상은?…월성 원전ㆍ윤석열 거론

공수처의 정치적 독립 여부는 ‘1호 수사 사건’에서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법조계는 현 정권이 연루된 사건이나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사건이 공수처로 넘어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울산 선거 개입 의혹 사건 등이 대상으로 거론된다. 또 라임·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 기사 폭행 사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등도 후보로 꼽힌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갈등 과정에서 불거진 판사 사찰 의혹 문건 사건, 채널A 감찰방해 의혹 사건과 가족·측근 비리 의혹 사건 등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사건을 공수처가 수사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김 처장은 “수사체로 구성이 완료되더라도 사건을 모두 가져와서 할 수는 없다”며 “누가 봐도 공수처가 수사하는 게 타당하다고 끄덕이는 사건을 가져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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