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벤처붐의 숨은 주역 액셀러레이터 ①] 케이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과 동반성장으로 에코생태계 구축”

입력 2021-01-21 18:30 수정 2021-03-2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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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기업수 세계 6위, 벤처투자 4.3조 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으로 가득 찬 ‘제2의 벤처붐 시대’가 열렸다. 창업생태계를 조성한 데는 ‘액셀러레이터’들의 역할이 컸다. 창업기업을 직접 선발하고 보육, 투자해 성장을 돕는 액셀러레이터 제도가 도입 5년차를 맞았다. 2017년 53개사로 시작해 2020년 3분기 기준 290개사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총 1703개의 창업 초기 기업에 2253억 원을 투자해 영양을 공급했다. 제2의 카카오를 꿈꾸는 스타트업의 든든한 후원자, 액셀러레이터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핀테크 전문 스타트업 육성… 한 해 평균 150~200개사 보육
핀테크와 환경 사업 연계… 사회 기여하는 에코생태계 구축

“하얀고래(대기업)와 상어들(중견·중소기업) 사이에 있는 새우가 바로 스타트업이다. 고래와 상어들 싸움에 등이 터지는 건 새우다. 하나가 살고 죽는 게 아니라 다같이 사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케이액셀러레이터는 코스콤에서 분사한 스핀오프 기업이다. 핀테크 전문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2019년 2월 설립됐다. 자본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과 스타트업을 연결해 이들의 시장진입과 스케일업을 돕는다. 서울핀테크랩을 위탁 운영하며 사무공간을 지원하고 자체 프로그램 이외에도 K-글로벌, 팁스(TIPS) 등 정부지원 사업도 제공한다. 한해 평균 150~200개사를 보육하고 있다.

소재문 대표는 “우리의 목적은 스타트업과 협업을 통해 동반 성장하고 성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에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연관 산업들이 잘되면 대기업 등에 기대지 않고도 우리끼리의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새로운 시장으로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핀테크 산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되면서 최근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돈이 오가는 분야인 만큼 제도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 규제는 생존에 큰 위협이 된다.

소 대표는 “기술적으로 해결이 되면 규제도 해결이 될 거라고 쉽게 생각하는 대표들이 있는데 이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고, 금융은 공공의 인프라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리스크를 정확히 알고,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가지고 접근해야하는데 ‘시장의 제도와 싸우려는 분’들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문제, 나아가서는 사용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출발한 기업이기 때문에 정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스타트업 대표와 팀의 분위기에서 정직함은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지속적인 소통으로 시그널을 확인하고 우리도 투자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최근 케이액셀러레이터는 핀테크와 환경을 연계한 스타트업 육성을 시도하고 있다. 환경부 지원을 받아 연세대학교와 환경금융대학원을 설립할 예정이다. 도시재생, 환경폐기물, 탄소배출권 등 다양한 환경 관련 사업을 핀테크로 녹이는 작업을 진행한다. 환경금융과 관련된 창업기회를 제공하고 창업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소재문 대표는 현재 창업시장의 한계점으로 정부의 지나친 지원을 지목한다.

그는 “우리나라 창업 초기 시장은 육성하고 보육해서 잘 만들어진 인재를 내보낸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지나친 지원 사업들로 인해 오히려 본인의 경쟁력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현재 액셀러레이터도 사실 정부의 공공 영역에 가까운데 프리, 시드 단계 기업들은 따듯한 온실 속에서 보육과 지원금을 받으면서 정작 정확한 시장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짚었다.

이어 “이들이 덩치를 키우고 시리즈A, VC(벤처캐피털)로 가게 되면 온실에서 들판으로 완전히 영역이 바뀌게 되는데 처음으로 시장의 냉혹한 평가를 받고 시행착오를 겪는 기업이 많다”며 “창업 생태계와 시장을 키우는 건 정부가 아니고 민간과 시장이기 때문에 경쟁논리를 더하거나 민간과 협업할 수 있는 채널이 만들어져한다”고 강조했다.

◆케이액셀러레이터 보육 기업 디렉셔널 이윤정 대표

“해외에도 없는 모델을 처음 시도하다보니 의구심을 가지는 분들이 많았다. 지난해에는 공매도 금지 조치로 서비스가 중단되면서 힘들었다. 그때 도와주고 믿어준 게 케이액셀러레이터다. 우리의 시도가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아봐 준 점이 힘이 됐다.”

디렉셔널은 개인투자자가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주식 대차거래 플랫폼을 개발한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대형 증권사 홍콩 지부에서 일하는 금융인들이 모여 설립했다. 2018년 8월에 한국으로 넘어와 법인을 세웠다. 현재 한국 시장은 특수하게 개인투자자가 50% 이상 차지하는 시장이지만 대차거래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 간 주식을 빌리기 어렵고 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이윤정 디렉셔널 대표는 “우리나라에서는 공매도가 안좋은 시각으로 비춰지는데 ‘개인에게 불공평한 시장’이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며 “잠재력이 크지만 비효율적인 주식대차 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참여를 유도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유자산이 반 이상을 가지고 있는 개인에게 기회 자체가 없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차입) 매도 주문을 내는 투자전략이다.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싼 값에 다시 매수한 후 주식대여자에게 돌려주는 방법으로 시세차익을 챙긴다. 대여자는 일정률의 이자를 받는다. 미국이나 일본은 공매도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 내외지만 한국은 5%에 불과하다.

그러나 생각보다 현실의 벽은 높았다. ‘대차거래를 증권사만 할 수 있다, 없다’는 규정이 없다보니 법리 검토부터 다시 시작해야했다. 2019년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업체로 선정되면서 신한금융투자와 ‘주식대차 지원 베타서비스’를 시작했지만 2020년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공매도 거래가 금지되면서 서비스는 무기한 연기됐다.

어려운 시기에 케이액셀러레이터 도움이 컸다. 서울핀테크랩 사무공간을 비롯해 멘토링과 법률자문, 마케팅, IR, 교육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무엇보다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었다. 공매도 재개에 맞춰 서비스 재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주식을 보관하는 계좌가 없기 때문에 증권사와 연결해야하는데 파트너십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의미있는 트래픽을 남기고 우리의 서비스를 알려나가는걸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개인투자자들에게 스케일을 만들어드리는 플랫폼을 제공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금융서비스는 배타적 권리나 아이디어에 대한 보호 장치가 거의 없는데 기술특허 관련해 보호받을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라며 “구조상 다른 기업들이 얼마든지 변형해서 가져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늘 가지고 있는데 스타트업 보호 차원에서 이러한 부분들을 지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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