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수백억 원을 횡령하고 21년 동안 해외 도피 생활을 해온 한보그룹 4남 정한근(56) 씨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이균용 부장판사)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 국외 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씨에게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7년을 선고하고 401억3000여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고, 양형 판단도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 씨와 검찰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1·2심 모두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 씨는 1997년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EAGC)가 보유한 러시아 석유회사 주식 900만 주를 5790만 달러에 매각하고 2520만 달러에 넘긴 것처럼 꾸며 한화 320억여 원을 횡령해 해외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국의 허가 없이 외국으로 돈을 지급한 혐의(외국환관리법 위반)도 받는다. 정씨 일가는 외환위기 이후 외국에서 도피 생활을 해왔고, 정 씨도 1998년 한보그룹이 검찰 수사 대상이 되자 자취를 감췄다가 21년 만인 2019년 6월 파나마에서 붙잡혀 국내로 송환됐다.
검찰은 정 씨의 신병 확보가 어려워지자 2008년 9월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정 씨를 일단 기소했고, 정 씨는 국내로 붙잡혀 들어온 뒤 재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