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달 첫째 주 개당 4만 2000달러(약 4634만 원) 가까이 오르다 셋째 주 3만 2000달러(약 3531만 원) 아래에서 거래됐다. 2주 만에 30% 이상 붕괴한 것이다.
비트코인의 이번 급락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재무장관으로 지명된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낸 데에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옐런 지명자는 지난 22일 청문회에서 테러리스트의 암호화폐 사용 위험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 “많은 암호화폐가 주로 불법 금융에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런 사용을 축소하고 돈세탁이 안 이뤄지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골드만삭스는 디지털 자산 수탁업무에 새로 뛰어들기로 했고, 블랙록은 두 개의 운용 펀드에 비트코인 선물을 새롭게 자산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기관투자가들의 시장 참여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전통 자산군과 비트코인의 상관관계가 낮으므로 비트코인이 정치·경제적 위기에도 가격 방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해왔다. 미국의 기대 인플레이션이 2.1% 수준까지 올라가면서 비트코인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자금 유입이 급증, 비트코인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을 금 가격으로 나눈 비율은 약 20배로 20018년 고점(15배)을 한참 넘어섰다.
문제는 여전히 높은 변동성이다. 오랜 기간 거래가 이뤄지면서 물가상승률 대비 가격을 판단할 수 있는 금이나 은과 달리 불확실성이 크단 분석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는 금의 대체재로서가 아닌, 언젠가 화폐 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는 투기적 성격의 베팅이 주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미래 투자 가치가 충분히 매력적인 자산이지만, 역사가 짧아 성숙도 측면에서 아직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금은 중앙은행이 보유하는 대표적인 준비자산으로, 글로벌 외환보유고 중 금 보유 비중은 10% 남짓이다. 안전자산으로서의 금의 역할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미 국채금리 상승이 단기적으로 금 가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한다면 향후 금리의 상승 속도는 완만해질 것이므로 중장기적으로 금 가격의 상승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단 게 전 연구원의 견해다.
비트코인이 금과 달리 달러 강세에 영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당장 비트코인이 금과 동등하다고 보지 않는 이유는 2019년 5월 초 ~8월 말 나타난 움직임 때문이다”며 “2019년 5월 초~6월 말 실질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로 금과 비트코인이 동반 상승했지만 7월 초~8월 말 실질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은 금과 다르게 반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비트코인이 대안 자산으로 장기적으로 금과 경쟁할 수 있다고 평가했던 JP모간 역시 비트코인에 대한 평가를 번복했다. JP모간은 최근 보고서에서 “급격한 가격 변동 등 경제적 불확실성 시기에 비트코인은 가장 신뢰도가 낮은 헤지 수단”이라며 “비트코인이 점차 주류화되면서 위기 기간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