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목표는 대기업 내지는 공공기관에 정규직으로 입사하는 것이다. 목표를 이루지 못해도 당장 포항으로 내려갈 생각은 없다. 그는 “지방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내가 원하는 일자리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며 “원하는 곳에 취업하지 못하면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서울에서 경력을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으로 내려간다면 그건 아이를 낳은 이후의 계획이다. 그는 “서울에 계속 머문다면 큰 집으로 이사하거나 차를 구매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며 “지방이라면 그나마 집값도 싸고, 교통 혼잡이나 주차난도 덜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꿈을 좇아 둥지를 옮긴 건 김 씨만의 사례가 아니다. 해마다 10~30대가 학업과 취업을 위해 상경한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비수도권에서 서울 등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10~30대는 9만4200명이다. 이 중 7만5593명(80.2%)은 20대다. 여성이 53.6%로 다소 많다. 그나마 10~20대는 추세적으로 수도권에 순유입되고 있지만, 30대는 2018년부터 증가세로 전환됐다.
하지만, 이런 ‘서울 드림’의 결과는 수도권 과밀화와 청년실업, 비혼·만혼 등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당사자인 청년들은 과도한 경쟁에 삶이 피폐해지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은 노동력 감소와 미래 출생아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소멸을 기다리는 처지다. 경남 창원시와 충남 천안시, 강원 화천군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많게는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며 청년 잡기에 나서고 있지만, 이렇다 할 효과를 못 보고 있다. 일자리, 편의·오락시설, 생활·교육인프라 등의 경쟁력이 수도권에 밀려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부족한 재정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수도권도 인구 유입이 반갑지만은 않다. 20대 순유입분의 대부분은 1인 가구다. 양질의 일자리와 주거공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수요층 증가는 실업난, 구직급여 등 복지지출 증가, 집값 상승과 같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층의 수도권 유입은 일자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자원 불균형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고소득 일자리와 문화시설, 사회활동 기회, 심지어 결혼 상대를 만날 기회까지 모든 것들이 수도권에 편중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노동시장 측면에서 서울은 구직난에, 지방은 구인난에 시달릴 것”이라며 “젊은 사람이 넘치는 쪽이든, 모자란 쪽이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