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대표 '성추행' 사퇴 논란…전문가 "과거 '권력ㆍ특권'으로 묵인됐던 성폭력”

입력 2021-01-25 18:43 수정 2021-01-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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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엄중 처벌ㆍ인식 개선으로 뿌리 뽑아야”

"남녀 사회적 인식 차이와 낮은 성인지 감수성도 원인"
"명예와 권력을 모두 잃을 정도의 중징계 필수"

“권력형 성범죄의 가장 큰 원인은 권력(힘)에 있습니다.”

 

전문가들이 진단한 잇단 정치권 성범죄의 주요 원인이다. 얼마 전까지 만 해도 우리 사회에서 권력은 ‘무슨 일을 해도 넘어갈 수 있는 힘’으로 치부됐다. 그러기에 성폭력 범죄가 발생해도 권력의 특권에 가려져온 것이 사실이다. 예방과 대응을 책임져야 할 자치단체장 둥 정치권 인사들의 성범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이유다.

지난해 4월에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산시청에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을 성추행한 사실을 인정하고 사퇴했다. 3개월 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성추행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투데이는 25일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 윤김지영 건국대 여성학과 교수,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명예교수(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등 여성 전문가 3명에게 권력형 성범죄 발생 원인과 근절 대책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권력’이 성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봤다. 윤김 교수는 “이전에는 성폭력 문제를 보수정당 내 문제로만 생각했지만, 남성을 위한 진보에 여성들이 착취당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있다. 이어 “과거엔 대의를 위해 침묵했던 사안들이 이제는 성평등 인식 개선 등으로 내부고발이 많아진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성평등 부재 △남성 중심적 공직사회 △낮은 성인지 감수성 등 역시 원인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이번 사태와 같이 당 대표, 국회의원으로 둘 다 권력을 가졌음에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은 남녀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평가의 차이로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며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고질적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제도와 인식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윤김 교수는 “고위공직자들은 반드시 성인지 감수성과 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화할 뿐 아니라 형식적으로 그치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제도적으로는 권력형 성범죄 발생 시 파면 등 중징계로 다시는 커리어를 이어갈 수 없게끔 해야 실질적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성 폭력이 방관되고 묵인되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앞으론 피해자 의심이 아닌 가해자 행동을 더 엄중히 묻고, 더 많은 책임과 사과를 개인뿐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가 묻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장은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다 해도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느냐”며 “오히려 그동안 공부했던 점을 다시 살펴보고, 개인의 사고를 지배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돌아보고 뿌리를 뽑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성범죄의 사회적 범위를 더욱 확대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 교수는 “권력형 성범죄라는 건 정치권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어느 형태의 힘이든 내세워 성폭력, 성추행하는 경우”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인식을 함께 제고하고 교육은 물론 방송, 언론에서도 적극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성범죄 사건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쉬쉬했던 사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봤다. 이 소장은 “성범죄 사건은 ‘갑자기’가 아니라, 그동안 ‘꾸준히 발생해왔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 뿐”이라며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통해 용기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우리 사회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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