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간 인수합병을 통해 온ㆍ오프라인 역량을 끌어올린다.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접어 군살을 뺀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야구단을 인수한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변화다.
업계에서 "오프라인 유통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온다. 코로나19로 소비의 헤게모니가 이커머스 등 온라인으로 급격히 쏠리는 가운데 오프라인 업계가 파격에 가까운 변화와 대규모 투자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SK와이번스가 지난해 8억6000만 원의 손실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당장의 수익을 위한 결정이 전혀 아니다.
신세계그룹이 원하는 것은 오프라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다. 야구장을 플랫폼으로 삼아 그간 선보여 온 다양한 서비스를 고객에게 한 곳에서 제공할 수 있다. 그룹의 백화점, 대형마트, 면세점, 호텔, 패션 사업 등을 스포츠와 결합시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실제 신세계그룹은 야구장을 '라이프스타일센터'로 바꿔 이곳에서 그룹의 여러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SK와이번스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야구장을 찾은 관객이 신세계그룹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더불어 프로야구 관중의 약 60%가 소비 시장을 이끄는 MZ세대인 점도 사업 확장의 기대감을 키운다.
직간접적인 홍보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정용진 부회장은 앞서 SK구단과 손잡고 국내 최초로 야구를 즐기며 관람 가능한 공간인 '이마트 비비큐존'을 만들어 이목을 끌었다. '맞수'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야구 마케팅 대결도 인지도 제고에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신세계그룹은 "기존 고객과 야구팬의 교차점과 공유 경험이 커 상호간 시너지가 클 것으로 판단돼 인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계열사끼리 합치기도 활발하다. 지난해 발표된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합병이 대표 사례다. GS그룹은 편의점과 슈퍼 등 오프라인 인프라를 보유한 GS리테일과 3000만 명에 가까운 TV홈쇼핑 시청 가구를 보유한 GS홈쇼핑의 역량을 합쳐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7월 합병이 마무리되면 자산 9조 원, 연간 취급액 15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유통업체가 탄생하게 된다.
지난해 말 신세계그룹이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게 자사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SSG닷컴까지 맡게한 것도 같은 맥락의 조치로 해석된다.
환부를 도려내는 데는 거침이 없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2월 수익성이 떨어지는 오프라인 점포 200여개를 정리하는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발표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롯데쇼핑은 100개 이상의 점포를 정리하며 목표의 절반을 이미 달성했다. 당초 3~5년으로 예상됐던 점포 정리 작업은 이르면 내년에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는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3분기부터 수익성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서비스 강화도 계속된다. 홈플러스는 연초 신선식품에 전사적인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하면서 이달 온라인 산지직송관을 오픈했다. 이는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생산자가 산지에서 고객에게 직접 택배를 발송하는 프로그램이다. 오프라인 유통의 최후의 보루인 신선식품마저 온라인에 내줄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조치다.
한 오프라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커져가는 온라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나눠진 힘을 한 곳으로 모으자'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모아지고 있다"며 "신세계그룹이 야구단을 인수했듯, 사업 확장에서도 그간의 틀을 깨는 투자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