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창작자 없는 K-콘텐츠는 없다

입력 2021-01-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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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가 흥행 보증수표다. 성공한 웹툰‧웹소설 IP는 드라마로, 영화로 속속 제작된다. ‘스위트홈’, ‘킹덤’, ‘이태원 클라쓰’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증권사에서도 플랫폼이 보유한 IP의 양과 질을 따져 연일 ‘매수’ 의견을 내놓는다. 25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도 양사를 합병, IP 비즈니스 역량과 플랫폼 네트워크 시너지를 창출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IP를 무기로 한 합병에 연 매출 1조 원이 기대된다는 보도들이 쏟아졌다.

장밋빛 전망이 오가는 사이 IP 창작자에 대한 고민은 실종됐다. 콘텐츠가 창작자보다 귀해졌다. 웹툰 작가들은 주 1회 풀컬러로 70컷의 만화를 그려내야 한다. 업계 표준이다. 무리한 작업량을 맞추기 위해 공황장애, 디스크를 감당해야 한다.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소문에 작가들의 호소는 힘을 잃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년 연간 총수입이 3000만 원 미만인 작가들이 46%다. 억대 연봉은 남의 이야기다.

어렵사리 내놓은 콘텐츠는 불법 유통으로 몸살을 앓는다. 웹툰이 업로드되자마자 불법 공유 사이트에, 유튜브에 실시간으로 등장한다. 하루평균 방문자 수가 22만 명을 훌쩍 넘는 공유 사이트도 있을 정도다. 조회수와 콘텐츠 PB 상품이 주 수입인 작가들에게 치명타다. 플랫폼에 호소해도 “도대체 어떻게 퍼가는지 모르겠다”, “해외에 있어 어차피 못 잡는다”는 답만이 돌아온다. 반면 플랫폼의 콘텐츠가 중소기업의 제품을 카피했다는 등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 든든한 로펌을 대동해 시시각각 대처한다.

정부 대처도 미온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웹툰 불법 유통 근절 캠페인을 진행하고 표준계약서를 도입했다. 캠페인은 선언에 그쳤다. 콘진원 발표에 따르면 웹툰 작가의 85%는 표준계약서를 인지하고 있지만, 해당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는 9.4%에 그쳤다. K-웹툰에 대한 자화자찬에 매몰돼 콘텐츠 창작자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지 자문해 볼 일이다. 창작자 없는 콘텐츠 생태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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