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총수들의 최우선 과제는 ‘미래’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변수까지 겹치면서 새로운 시대의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복귀 이후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등 한화그룹의 미래 사업 성장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앞으로 2~3년을 산업 전반 지형이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간으로 내다보고 “미래 성장동력을 계속 확보하며 글로벌 무대에서의 사업역량과 리더십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 복귀에 앞서 한화 그룹사들은 미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며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 두기도 했다. 한화에너지는 글로벌 대형 석유 기업인 프랑스 토탈과 함께 미국의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위성시스템업체인 쎄트렉아이를 인수키로 했다.
구본준 LG그룹 고문은 신설지주 출범 이후 새로운 미래 먹거리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LG상사가 신설지주의 핵심 계열사가 돼 다양한 신산업과 M&A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LG상사는 이미 비유동 자산 매각과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해 신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 만큼 LNG터미널 사업, 헬스케어 등 현재 추진 중인 신규사업은 물론 물류 및 트레이딩 기능을 바탕으로 다른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거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두산의 경영에 인사이트를 제시하며 그룹 재건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원 SK 수석부회장은 복귀 후 전기차 사업에 대한 역할이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기차, 수소 등 그린사업을 최 부회장이 전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와 SK E&S는 이달 7일 미국 수소회사인 플러그파워의 지분 9.9%를 1조6000억 원(15억 달러)에 확보하며 본격적인 수소 사업 확대에 나섰다. 또,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제조부터 생태계 조성까지 관련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이 같은 총수들의 복귀는 기업들의 중장기 비전 수립과 이를 시행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 M&A 결정에는 오너의 결단력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임기가 정해져 있는 전문경영인은 특성상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SK그룹이 총수의 복귀 이후 고속 성장한 대표적 사례다. 2015년 최태원 회장이 복귀한 후 SK는 과감한 투자를 결정하고 M&A를 단행했다.
2015년 SK(주)의 OCI머터리얼즈 인수와 2017년 LG실트론 인수를 이뤘다. 2018년에는 SK하이닉스가 도시바에 4조 원 대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지난해 SKC는 1조2000억 원에 달하는 KCFT 인수를 마쳤다. SK그룹은 최 회장이 복귀한 2015년 13조 원대 순이익을 기록했으며 2018년에는 22조 원 대의 사상 최대 규모 순이익을 기록했다.
해외에서도 테슬라, 아마존 등 오너 경영 기업들 성과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M&A 사례를 살펴보면 오너나 창업주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존은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의 결정으로 미국 최대 유기농 식료품업체 홀푸드를 137억 달러에 인수했다. 테슬라의 배터리 기술업체 맥스웰 테크놀러지스 인수도 창업자이자 CEO인 일론 머스크의 오너십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오너 경영 체제가 순기능을 하려면 경영진을 적절히 감시하고 통제하는 균형과 견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방문옥 KCGS 선임연구원은 ”총수가 다수의 계열회사에 재직하는 경우 기여 수준이 의문“이라며 ”경영에 참여하는 대기업집단 지배주주의 38%가 2개 이상의 계열회사의 경영을 맡아 보수를 수령하고 보수 수준도 전문경영인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말했다.
안상희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본부장은 ”최근 주요 그룹의 총수가 주력 계열사에서 겸임하고 있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자발적으로 분리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라며 ”이는 투명성과 책임경영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