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끈 고쳐맨 예탁원]②6년 전 펀드사무 ‘한계’ 예견한 삼일회계와 재회한다

입력 2021-01-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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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탁결제원이 삼일회계법인과 다시 손을 잡는다. 사모펀드 사태로 홍역을 앓은 예탁원이 공고한 ‘자산운용시장 지원’ 컨설팅에 삼일회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되면서다. 사실 이 둘은 구면이다. 2015년 삼일회계는 예탁원 컨설팅을 통해 펀드사무관리업무 비효율성을 지적한 바가 있다. 당시 지적한 우려가 사모펀드 사태 후폭풍으로 돌아오면서 만나는 머쓱한 조우다. 이번 컨설팅을 기반으로 예탁원이 시장 신뢰회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사모펀드 후폭풍에 쇄신 나선 예탁원 = 27일 나라장터 국가종합전자조달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이 지난 8일 실시한 ‘금융시장 지원기능 재정립 컨설팅 실시 용역(자산운용시장 지원기능 중심으로)’ 공고 개찰에서 삼일회계가 1위를 기록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터라 특이사항이 없다면 삼일회계가 낙찰될 가능성이 크다. 용역 사업 예산 규모는 4억4000만 원으로 낙찰 금액은 최종 선정 후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입찰에는 4대 회계법인 가운데 삼일회계와 한영회계 2곳이 이름을 올렸다. 삼일회계가 제안서에서 최고점(97.12점)을 받았다. 입찰가격(20점) 만점, 기술평가(80점 만점) 77.12점을 받았다. 한영회계(93.62점)는 입찰 19점, 기술평가 74.62점을 받으면서 뒷순위로 밀렸다.

예탁결제원은 제안서 기술평가점수(80점)와 입찰가격평가점수(20점)를 합산해 낙찰자를 결정한다. 기술평가 점수가 이 부문 배점 한도 대비 85% 이상인 업체를 선정하고, 종합평점이 높은 순으로 협상에 들어간다. 제한경쟁 방식으로 최근 3년 안에 단일 용역계약으로 자본시장ㆍ증권 관련 컨설팅 용역 실적을 보유한 업체만 지원할 수 있었다.

이번 컨설팅은 사모펀드 사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이사회에서 추진 안건으로 통과됐다. 예탁원이 이번에 의뢰한 중점 사항은 크게 네 가지다. △포스트-트레이드 산업 및 CSD(증권중앙예탁기관) 비즈니스 분석 △예탁원의 자산운용시장 지원 비즈니스 비전 및 전략 정립 △일반사무관리업무(펀드계산사무대행 포함) 분석 △일반사무관리업무의 개편(확대ㆍ축소 등) 방안 수립 등이다. 최종 낙찰자는 12주 동안 예탁원 컨설팅 프로젝트에 돌입할 예정이다.

◇6년 전 삼일회계, 펀드 업무 ‘손 떼라’ 지적해 = 특히 ‘자산운용시장 지원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재구성’에 무게를 둘 전망이다. 지난해 예탁원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관리사로 홍역을 앓은 만큼 대대적 쇄신안을 추진하고 있다.

논란을 빚은 펀드사무관리업무도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다. 지난 10월, 예탁원은 장기 비전에 맞게 재점검하겠다면서 사모펀드 사무관리 업무를 중단했다.

예탁원은 해당 사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등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관리 대상 펀드 속성에 따른 신용 리스크 △업무처리 프로세스상 운영리스크 △관련 규제체계에 따른 법률 리스크 등 제반된 위험 요인도 함께 다뤄진다.

사실 이미 삼일회계는 6년 전, 예탁원에 펀드사무관리업무 재조정을 권고한 바가 있다. 지난 2015년 삼일회계는 ‘미래성장 전략컨설팅’을 통해서 펀드사무관리부를 ‘해체’하고 관련 인력을 핵심 업무에 재배치해 효율성을 높이라는 내용의 중간보고서를 제출했다.

다만, 부서 해체는 컨설팅 영역에서 벗어난다는 이유로 최종 결과보고서에는 담지 않았다. 대신에 펀드사무관리부 운용하려면 인력 및 설비 투자를 단행해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해체’에서 ‘보강’으로 바뀐 배경을 두고, 공공기관 부서 이기주의가 작용했다는 후문도 돌았다.

결국, 예탁원은 이후에도 펀드사무관리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사모펀드 사태 후폭풍을 고스란히 맞았다. 6년 전 컨설팅이 회자된 배경이다. 지난 시장 교훈을 의식한 듯 예탁원은 컨설팅 업체에 ‘내부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최대한 배제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번 컨설팅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예탁원은 “일체의 편향성을 배제하고 제3자적 시각에서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해 결론을 도출해달라”며 “일반사무관리업무 수행 여부, 수행 방향성, 리스크에 대한 내부 이해관계자의 시각차를 최대한 배제할 것”을 강조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이번 컨설팅은 사모펀드 사태 이후 후속 조치의 목적으로 추진됐다. 현재 우선협상 대상자는 나왔지만, 계약까지 마무리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4차산업 시대 등 비즈니스 전반에 걸쳐 예탁원 사업 전략과 기존 펀드사무관리업무 관련 개선 방향을 중점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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