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의약품 개발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특히, 국산 치료제·백신을 만드는 기업의 연구개발 비용을 보전하는 구체적인 제도 마련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27일 온라인으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제약산업의 책무라 할 치료제·백신 개발을 책임감 있게 수행해 제약주권 확립의 전환점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원희목 회장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 지원범위와 규모가 확대돼야 한다"면서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 때문에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해 총 100억 달러(12조 원)을 민간기업에 투자, 조기 허가를 이끌어냈다. 글로벌 허가를 획득한 백신을 만든 화이자와 모더나는 각각 2조3000억 원, 1조1000억 원을 지원받았다. 반면 우리 정부가 올해 국산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연구개발을 위해 투입하기로 한 예산은 2627억 원에 불과하다.
협회는 국내 제약사들이 치료제·백신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팬데믹 상황이 끝나더라도 개발 비용을 정부가 뒷받침해줄 수 있는 손실보장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신종플루 발생 당시에도 국내 제약사들은 백신 개발을 시도했지만, 사태가 종식되면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정부가 보상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 회장은 "정부가 제약사의 직접적인 손실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보상안에 대해 협회와 충분히 논의하고 있다"며 손실보상제도의 실현 가능성을 시사했다. 세부적인 조율을 거치면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될 전망이다.
소규모 제약사들의 난립과 폐쇄적인 사업 구조 등은 국내 업계가 제약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는 데 걸림돌이 돼 왔다. 협회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과 함께 융복합·첨단의약품 분야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2일 정부가 발표한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 계획'과 보조를 맞춰 세포치료제 및 유전자치료제 개발과 생산 인프라 구축 등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또한, 연구개발의 선택과 집중,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확장, 글로벌 블록버스터 창출을 기반으로 글로벌 성공모델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기업의 외연 확장을 통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정부는 메가펀드 조성 등으로 글로벌 후기임상까지 이어지는 전폭적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굵직한 인수합병과 파이프라인 확충으로 글로벌 제약기업 반열에 오른 미국 길리어드나 일본 다케다제약의 사례가 국내 산업계에 혁신의 방향을 시사한다"면서 "폐쇄적인 우리 기업들도 변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보스턴에 한국제약바이오혁신센터(KPBIC)을 운영하는 협회는 유렵연합(EU) 거점 국가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KPBIC는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을 확대 전개하는 구심점이 될 전망이다.
원 회장은 이날 기초연구, 임상시험, 글로벌 진출까지 전주기적 정책 개발·추진을 통합 관장할 수 있는 대통령 직속의 컨트롤타워 설치를 정부에 건의했다. 이는 글로벌 환경 변화에 대응해 국내 보건산업의 비전, 목표, 중장기 전략을 일관성 있게 수립·추진하기 위해서다. 업계는 현재 규제 중심인 정책을 전환해 육성 정책과 합리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약품 개발, 인허가 관련 심사전담인력 확충과 심사조직 강화도 강조했다. 미국과 일본은 의약품 인허가 조직 심사인원이 전체 인력의 40%를 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도 미치지 못해 이로 인한 문제점이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원 회장은 "정부와 산업계는 국가적인 코로나19 위기상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면서 "산업계의 혁신과 경쟁, 정부의 정책 집행과 시장환경 조성은 제약바이오산업을 3대 주력 기간산업으로 성장시키는 요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