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와 한국아트라스비엑스(이하 아트라스)의 흡수합병이 결정된 가운데 소액주주에게 불합리하고,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산정된 합병안에 대한 잡음은 여전하다. 실제 이번 흡수합병으로 한국앤컴퍼니 대표인 조현범 사장의 그룹 내 장악력은 더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감독원은 한국앤컴퍼니가 아트라스를 흡수합병하는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됐다고 공시했다. 한앤컴퍼니는 내달 15일 합병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고 4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을 밝혔다.
합병이 이뤄지면 아스라스 소액주주는 1주당 한국앤컴퍼니 주식 3.39주를 받게 되고, 한국앤컴퍼니의 발행주식 수는 191만5067주 늘어나게 된다. 소액주주에게 배분해야 하는 총 주식(324만157주) 중 132만5090주는 한국앤컴퍼니가 가지고 있는 자사주로 지급하기로 했다.
◇‘자사주는 회사의 것?’= 이번 흡수합병 논란의 핵심은 ‘자사주’를 누구의 소유로 보는가이다. 아트라스의 지분 구조는 자사주 58.43%, 한국앤컴퍼니 31.13%, 소액주주 10.44%다. 흡수합병을 통해 소액주주는 한국앤컴퍼니의 신주를 받고, 자사주 지분은 그대로 소멸된다.
소액주주들은 아트라스 자사주가 지니고 있는 가치를 한국앤컴퍼니가 독식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소액주주에겐 1주당 3.39주의 신주가치가 배정되지만, 자사주의 가치를 고스란히 넘겨받는 한국앤컴퍼니는 사실상 1주당 9.76주의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아트라스의 자사주도 엄연히 주주들의 공동자산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자사주를 소각해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를 재상정하거나, 자사주에도 신주를 배정해 이를 소액주주에게 배정하거나, 자사주를 제외한 주효지분만큼 나눠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소액주주들은 1주당 8.16주를 배정받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수렴, 증권신고서에 충실한 내용을 담아서 다시 제출하라는 정정공시를 3차례 요구했지만 한국앤컴퍼니는 재차 자본시장법에 따라 문제없이 합병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앤컴퍼니는 정정공시를 통해 아트라스 자사주에도 합병신주를 배정하면 한앤컴퍼니 발행주식 총수가 늘어나고, 기존 한국앤컴퍼니 주주들에게 상대적으로 손해가 발생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상법·민법상 이사의 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금융소비자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조현범 등 지배주주가 인수합병(M&A)을 본래의 목적이 아닌 계열사 자진상장폐지를 위해 사용하면서, 회사 돈 2700억 원으로 매입했던 자사주를 모두 가져간다”며 “아트라스와 소액주주의 돈을 약탈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현재의 합병방식은 자사주에 대한 신주를 최대주주가 가져가는 것과 동일한 효과가 있다”며 “이는 최대주주의 자사주 횡령이고, 아트라스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이며, 주주평등원칙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 상법개정 전 회사 장악 의도? = 아트라스는 차량용·산업용 배터리 전문 회사로 차량용 납축전지 시장에서 국내 2위, 세계 15위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기업이다. 2016년 자진상장 폐지를 추진했다가 일부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무산됐고, 이후 갈등이 지속돼왔다. 그러다 지난해 한국앤컴퍼니가 흡수합병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는 상법이 개정되기 전에 아트라스의 소액주주 입김을 줄이려는 의도로 읽힌다. 감사위원 분리 선임을 담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고, 이 과정에서 이른바 ‘3% 룰’을 적용받는다. 즉,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도 ‘3%룰’이 존재했지만, 지금까지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일괄 선임한 뒤 그중 감사위원을 선출했기 때문에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도 주주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이 선출됐다. 하지만 개정안은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면서 최대주주 의결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소액주주가 원하는 감사위원을 선출할 가능성이 커졌다. 감사위원은 기업의 사업 계획과 같은 자세한 정보들을 세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 경우 아트라스의 상장폐지는 더 어려워질 것이란 판단이 나온다. 게다가 현금이 많은 아트라스의 배당 압박이 더 커질 수 있다. 아트라스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현금성 자산은 1049억 원으로 유동비율은 344%, 부채비율은 47%로 상당히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또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은 4862억 원, 영업이익은 524억 원, 당기순이익은 397억 원으로 돈 잘 버는 알짜 계열사다.
이번 흡수합병으로 한국앤컴퍼니의 아트라스 장악력은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의 대주주는 조현범 사장(42.90%)이다. 현재 조현범 사장은 형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조희원씨와 경영권 분쟁 중이다. 이번 한국앤컴퍼니와 아트라스의 흡수합병은 가족 간 협의과정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앤컴퍼니가 아트라스를 흡수합병하겠다는 결정은 회사 내 지분을 가지고 있는 다른 가족들과 상의없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면서 “회사 내 임원들의 동의도 제대로 얻지 않고 흡수합병을 진행한 것은 다른 속내가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