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유동성 위기에 처해 있는 하이닉스에 8000억원 규모의 자금지원에 잠정 합의했다고 보도됐으나 채권단이 이를 바로 반박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9일 일부 언론은 외환, 산업, 우리, 신한, 농협 등 5개 주주은행이 최근 회의를 열어 내년 1월중 대출(5000억원)과 증자 참여(3000억원)를 통해 하이닉스에 신규 자금을 지원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채권금융기관은 하이닉스 외에도 자금난을 겪고 있는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한편 부실 위험이 큰 대기업에 대해서는 밀착 모니터링을 실시키로 했다.
또 이상 징후가 예상되는 일부 그룹에 대해서는 주채권은행으로 하여금 자금사정 등에 대해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도록 지도할 방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최근 하이닉스에 대한 자금지원을 놓고 채권단에서 논의한 것은 사실이나 아직 결정된 바가 없으며, 금융당국에 보고된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하이닉스 지원 규모를 놓고 각 채권은행들이 수용 가능한 규모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지원 규모가 줄어들지, 채권은행별 지원 비율이 어떻게 조정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채권단이 지원 여부 및 규모를 놓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최근 금융권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혈안이 된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 지원은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초 하이닉스는 채권단에 5000억~1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권단은 지원 규모를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대기업 지원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놓고 채권단을 압박하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채권단은 8000억원 규모의 지원이 합의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불쾌함과 함께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채권은행의 관계자는 “채권단 합의는커녕 검토도 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대규모 지원이 합의된 것처럼 내부 보고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융권은 일부 채권은행들이 부족한 대출 여력을 감안해 하이닉스 지원에 소극적일 것을 예상하고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정해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결국 금융당국이 채권단 합의가 있기도 전에 대기업 지원을 위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특정 대기업에 대규모 자금지원을 해 주려면 민간은행이 중심이 된 채권단을 압박할 것이 아니라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통해 특별 지원을 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이는 기업을 지원함에 있어 민간은행들이 정부의 ‘압박’에 영향을 받는다면 은행의 부실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