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업계가 기존 제품을 재해석한 제품들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익숙함을 재해석해 신제품 개발 비용 부담은 줄이고 기존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그대로 이어가는 방식으로 매출 신화를 쓰고 있는 것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자 재해석’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업체는 오리온이다. 오리온은 최근 초코맛 고래밥 모양의 그래놀라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이 제품은 간편 대용식 ‘그래놀라’ 제품군에 인기 스낵인 고래밥을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초코송이’의 모자만 떼어 만든 초콜릿 ‘송이모자’와 초코송이의 하얀색 버전인 ‘하양송이’를 잇달아 출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오리온의 ‘하양송이’는 출시 한 달 만에 누적판매량 100만 개를 넘어섰다. 1분에 22개 이상 팔린 셈이다.
오리온이 재해석해 내놓은 과자 중 최대 히트작은 단연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이다. 2017년 첫선을 보인 ‘네 겹 과자’ 꼬북칩의 후속작으로, 출시 4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1100만 봉을 돌파하며 히트작으로 자리 잡았다.
오리온 관계자는 “익숙한 기존 스테디셀러나 히트상품에 새로운 디자인과 맛을 더해 신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re-creation’ 트렌드에 맞춰 이들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라며 “‘초코파이 情 바나나’, ‘꼬북칩 초코츄러스맛’ 등 ‘re-creation’ 된 제품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라고 했다.
롯데제과의 ‘ABC초코쿠키 쿠키앤크림’도 출시 한 달 만에 500만 개가 팔렸다. ‘ABC초코쿠키 쿠키앤크림’은 ‘ABC초코쿠키’ 출시 1주년과 매출 100억 원 돌파를 기념해 지난 10월 말 새롭게 선보인 제품이다.
업계가 기존에 있던 제품을 재해석하는 배경은 상대적으로 제품 출시 후 실패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마니아층이 두텁거나 오랫동안 사랑 받았던 스테디셀러일 경우 이미 상품력이 입증된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의 원조인 '꼬북칩'도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3000봉을 돌파하며 이미 성공한 브랜드 축에 속한다. 1984년생인 초코송이와 고래밥도 30년 넘게 국민들에게 사랑받은 스테디셀러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건강간편식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오리온 그래놀라 제품군도 지난해 매출이 34% 성장하는 등 순항 중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제과업계의 가장 큰 꿈은 새우깡, 포카칩처럼 장수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것이지만 최근 과자 트렌드 변화속도가 빨라지면서 아예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한정판, 리크리에이션 등을 앞세워 최대한 실패 위험을 줄이며 신제품을 출시하는 게 곧 유행"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