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하루 새 천국-지옥 오간 개미군단…‘펌프앤덤프’ 논란에 정치권은 개미 편들기

게임스톱, 로빈후드 거래 제한에 장중 60% 폭락
정치권 “공매도·헤지펀드 청문회 열 것”
부담감에 거래 제한 해제…게임스톱 시간 외 70% 폭등

▲최근 5일간 게임스톱 주가 추이. 28일 종가 193.60달러. 출처 마켓워치

공매도 세력에 연승을 거두던 미국 개미군단이 기습을 받고 후퇴했다. 헤지펀드에 맞서 집중 매수한 주식 거래가 제한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다. 이후 무료 증권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 대표가 일부 거래를 허용한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다시 폭등, 개미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게임스톱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4% 하락한 193.60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중 주가는 급등과 대폭락을 거듭했다. 장 시작과 함께 469.42달러까지 치솟았으나 한 시간여 만에 126.01달러까지 빠졌다. 이후 슬슬 반등하더니 492.02 달러까지 수직 상승했다가 다시 고꾸라졌다. 롤러코스터 장세로 거래 정지만 19번 발동됐다. 장중 한때 주가가 60% 빠지면서 시가총액도 110억 달러 증발했다.

주가가 25일 18%, 26일 92%, 27일 134%씩 거침없이 상승하면서 월가 터줏대감인 헤지펀드로부터 백기 투항까지 받아낸 개미들이 하루 새 밀린 것이다.

개미 반란의 상징이 된 게임스톱 주가는 이날 로빈후드와 TD아메리트레이드, 찰스슈왑 등 주식 거래 플랫폼이 일부 종목의 주식 매매를 제한하면서 곤두박질쳤다.

로빈후드는 성명에서 “중개회사로서 다양한 재정적 요구 사항을 갖고 있다. 이는 투자자와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며 거래 제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종목 매도만 가능하고 매수는 할 수 없게 됐다.

게임스톱 뿐만 아니라 영화관 체인 AMC와 △아메리칸항공 △블랙베리 △베드배스&비욘드 △캐스터매러타임 △익스트림네트웍스 △코스 △네이키드브랜드그룹 △노키아 △선다이얼그로워스 △투시롤인더스트리스 △트리바고 등도 거래 제한 목록에 포함됐다.

개미들은 헤지펀드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거래가 제한되자 분노했다. 헤지펀드는 정상 거래가 가능한 반면 개인 투자자 매수만 제한됐다며 로빈후드 등이 개입해 시장을 조작했다고 비난했다.

정치권도 가세하며 개미들에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하원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로빈후드의 움직임은 용납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청문회를 여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 글을 리트윗하며 “완전히 동의한다”고 가세했다.

상원 은행위원회 차기 위원장인 민주당 소속 셰러드 브라운 의원은 “주식시장의 상황을 다룰 청문회를 열 것”이라며 “미국의 노동자들은 월가의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경고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위원장인 맥신 워터스 의원도 “공매도와 주식 거래 플랫폼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며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최근 시장의 변동성을 이끈 헤지펀드에 대해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월가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부자 투자자들은 그동안 증시를 개인 카지노처럼 갖고 놀았다”며 “의회가 행정부가 할 일을 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황이 어렵게 전개되자 로빈후드는 한발 물러섰다. 로빈후드는 “29일부터 우리는 제한된 매수를 허용할 계획”이라며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해 필요에 따라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게임스톱 주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다시 70% 가까이 폭등했다.

개미군단과 헤지펀드의 증시대전 후폭풍은 길어질 전망이다. 법적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게임스톱을 둘러싼 거래가 ‘펌프앤덤프(pump and dump)’에 해당하는지 검토에 들어갔다. 펌프앤덤프는 거래량이 적은 기업의 주식을 매입한 후 기업 관련 거짓 소문을 흘려 주가를 확 끌어올린 뒤 비싼 값에 팔아 시세 차익을 취하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