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승용차 시장은 '신차 효과'를 충분히 발휘한 세단이 주도했다. 내수시장에서 세단은 소품종 다량판매, SUV는 다품종 전략으로 선회 중이다.
3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승용차 내수판매는 정부의 내수활성화 정책과 대대적인 신차 효과 덕에 전년 대비 4.7% 증가한 161만1218대를 기록했다.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쌍용차를 제외하면 전체 제조사의 판매가 증가했다.
SUV가 여전히 인기인 가운데 승용 세단의 반격도 이어졌다.
지난해 내수판매 상위 5종 가운데 4종은 승용 세단이었다.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운 신차 효과가 뚜렷했다.
이처럼 내수 차 시장의 경우 승용 세단은 소품종, SUV는 체급별 다양화 전략으로 선회 중이다. 세단의 신차 효과가 줄어들면 SUV 판매가 다시금 매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3년 연속 내수판매 1위에 준대형급 현대차 그랜저(14만5463대)가 이름을 올렸다. 그랜저는 제네시스를 제외하면 현대차 가운데 최고봉, 이른바 ‘플래그십’이다.
그랜저의 판매 1위는 이례적이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도 플래그십 세단이 해당 시장의 판매 1위에 오르는 사례는 사실상 전무하다.
그 때문에 현대차는 지속해서 그랜저 윗급의 대형 세단을 고민 중이다. 실제 신차(아슬란)를 앞세워 해당 세그먼트에 도전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단산했다. 그만큼 그랜저가 지닌 브랜드 파워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수 판매 2위와 3위는 각각 현대차 아반떼(8만7731대)와 기아 K5(8만4550대)가 차지했다. 최근 SUV 인기가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승용 세단은 세련된 디자인을 앞세워 각각 7세대와 3세대로 거듭났다. 신차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판매 상위 4위에 마침내 SUV가 등장한다. 주인공은 8만2275대가 팔린 기아 쏘렌토. 역시나 신차 효과가 주효했다. 그 뒤는 현대차 쏘나타(6만7440대)가 5위에 이름을 올리며 세단의 자존심을 지켰다.
6~10위 사이는 8위를 제외하면 SUV가 싹쓸이했다. 무엇보다 8위에 제네시스 G80이 올라온 점이 눈길을 끈다. 내수판매 10위 권에 고급 대형차가 이름을 올린 점은 이례적이다.
이들 내수 상위 10종의 판매량(75만9654대)은 전체 내수 승용차 판매(137만4715대)의 절반 수준인 55.2%를 차지했다. 그만큼 차종 다양화가 이뤄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내수 판매 상위권에 승용 세단이 이름을 올린 것과 반대로 수출은 여전히 SUV가 주도 중이다.
수출 상위 10종 가운데 준중형차 아반떼(5위)와 경차 모닝(7위)을 제외하면 8종이 SUV다.
지난해 수출 1위는 현대차 코나로 24만4899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투싼(16만4482대)과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14만5103대)가 뒤를 이었고, 11만2709대가 수출된 기아 니로가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승용 세단 가운데 신형 아반떼(10만1200대)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수출 5위에 올랐다.
이어 △스포티지와 △셀토스 △팰리세이드 △쏘울 등이 수출 상위 10위에 올랐다.
지난해 승용차 수출은 182만745대. 이 가운데 수출 상위 10종(122만9719대)이 차지하는 비율은 67.5% 수준에 달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세단형 승용차가 단산한 자리를 해당 등급의 SUV가 대신하고 있다"라면서 "승용 세단과 SUV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올해부터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접목한 이른바 '크로스오버 타입'의 친환경 CUV가 관심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