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상영 KCC 명예회장은 누구…‘리틀 정주영’으로 불린 자립형 기업가

입력 2021-01-31 13:33 수정 2021-04-3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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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회장과 ‘시숙의 난’…“현대그룹 전통 훼손 우려”
경영 일선 물러난 뒤에도 KCC에 쓴소리 아끼지 않아
KCC 농구단 비롯해 한국 프로농구 발전에도 이바지

(사진제공=KCC)
(사진제공=KCC)

30일 별세한 고(故) 정상영<사진> KCC 명예회장은 “남이 못 하는 일을 하자”며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한 도전과 노력을 강조해온 기업가로 평가받는다.

정 명예회장은 1936년 서울에서 태어나 용산고등학교, 동국대 법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거쳤다. 1958년에는 KCC의 전신인, 슬레이트를 제조하는 금강스레트공업을 설립하고 사장에 올랐다. 당시 그의 나이 23살이었다. 금강스레트공업은 1970년대부터 사업 확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1973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정 명예회장은 평소 말투와 행동, 외모 등이 정주영 명예회장과 비슷해 생전 ‘리틀 정주영’으로 불리기도 했다. 21살 나이 터울의 큰형인 정주영 명예회장에 남다른 존경심을 가지며, 아버지처럼 따랐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독립심이 뛰어난 정 명예회장은 정주영 명예회장의 도움 없이 자립으로 금강스트레트공업을 성장시켰다.

고인은 현대건설과 현대자동차에서 경영 수업을 받으며 1970년부터 1972년까지 현대자동차 부사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현대그룹에 대한 애착과 경영능력이 모두 뛰어나 현대그룹의 차기 회장으로 거명되기도 했지만 금강그룹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회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은 생전 조카며느리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현대그룹 경영권을 놓고 이른바 ‘시숙의 난’을 벌이기도 했다.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의 미망인인 현정은이 2003년 현대그룹 회장으로 취임하자, 정 명예회장은 “고 정주영 회장이 세워 온 현대그룹의 전통이 훼손될까 우려된다. 정주영 회장이 살아계시면 내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현대그룹 인수를 공식 선언했다. 경영권 분쟁은 8개월 만에 현 회장이 승리하며 마무리됐다.

정 명예회장은 2012년 KCC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며 2세 승계작업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도 KCC 임직원들에게 사보를 통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 명예회장은 2013년 KCC 임직원들에게 보낸 사보에서 “권한과 책임은 직위가 아니라 직책에 부여되는 것이며 무분별한 권위주의는 타파해야 한다. 권한이나 직위에 의존하지 않고 사랑과 열정으로 앞장서야 존경받는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소문난 농구광이었던 정 명예회장은 한국 프로농구 발전에도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1년 자금난에 빠져 어려움을 겪던 현대 농구단을 인수하면서 애정을 쏟았다. 회사가 운영하는 전주 KCC 농구단은 물론 프로와 아마를 가리지 않고, 투자와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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