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때문에”... 외국인도 공시가 1억 이하 주택 ‘줍줍’ 열풍

입력 2021-02-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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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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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도 이들 간 사회 계층화가 나타나고 있다.

같은 나라 출신이라도 집주인과 세입자로 신분이 갈린다. 강해진 정부 규제에 외국인 투자자도 규제를 피할 묘수를 고민한다.

전세난에 밀린 중국인, 신길동서 부천까지 떠밀려
경기도 부천시에 있는 한 아파트는 '다문화 아파트'다. 200여 가구 가운데 약 80가구 소유주가 중국인이다. 실제 거주하는 주민 가운데 60%가량이 중국인이라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2019년 입주를 시작한 이 아파트는 분양 단계에서 중국인에게 인기를 얻었다. 이 지역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 모 공인중개사는 "저렴한 값에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중국인들이 알음알음 지인들을 소개해왔다. 대부분 서울 신길동이나 대림동에서 자리를 잡아 돈을 굴리려는 사람들"이라며 "그 때만 해도 이 지역이 비규제지역이어서 분양업체에서 대출을 알선하며 입주자를 모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할 때쯤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서울 영등포구와 구로구 일대 중국인 집단 거주지에 살다 오른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이들이 부천까지 밀려와 이 아파트 세입자가 됐다. 그나마 2억 원대였던 이 아파트 전셋값도 이젠 전용면적 60㎡형 기준으로 3억5000만 원까지 올랐다.

집주인들도 최근엔 낭패를 보고 있다. 김 공인중개사는 "작년에 부천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집주인들도 돈줄이 묶였다"며 "집을 처분하고 싶어도 양도세 부담이 커져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마래푸ㆍ트리마제 투자 외국인, 수억 원대 차익

부동산 투자로 재미를 보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대구에 전세 사는 중국인 W씨는 2017년 9억4500만 원에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전용면적 84㎡형을 샀다. 우 씨가 집을 산 지 3년도 안 돼 아파트값은 17억~18억 원까지 올랐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는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유망 투자처로 알려졌다. 몽골 최대 정유사 창업자의 부인인 S씨도 이 아파트 전용 145㎡형을 매입했다. 이 아파트에서 가장 큰 집이다. S씨는 과거 역외 탈세 리스트인 '파나마페이퍼'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한국 부동산 가치에 주목해 아예 아파트 분양을 노리는 외국인도 있다. 중국 산시성(陝西省)에 사는 중국인 T씨는 서울 성동구 성수도 트리마제 전용 140㎡형을 23억 원에 분양받았다. T씨가 26살 때 일이다. 현재 T씨 아파트는 같은 층, 같은 면적 기준 32억 원까지 호가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외국인이 매입한 후 한 번도 실거주하지 않은 국내 아파트는 7569건에 이른다. 국세청 관계자는 "외국인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국내 아파트를 여러 채 취득ㆍ보유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투기'로 볼 수밖에 없다"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도 세금ㆍ대출 규제 부담…한국인처럼 공시가격 1억 이하 줍줍"

외국인 큰 손들도 예전처럼 한국 부동산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마포구 M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외국인한테도 세금 규제, 대출 규제는 큰 부담"이라며 "본국에서 자금을 조달해 오려 해도 코로나 때문에 자금 마련이 예전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금력이 부족한 외국인은 한국인처럼 공시가격 1억 원 미만 물건을 찾아다니거나 자금이 부족한 청약 당첨자 분양권을 사려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현행 세제만 잘 활용해도 외국인이 한국 부동산에 투기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외국에서 국내 부동산 시장으로 투기성 자금이 들어오면 국내 주택시장 흐름에 영향을 미치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외국인에게 차별적으로 과세하면 내국인이 해외에 투자할 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두 연구위원은 "국내 규제가 국제적 수준보다 과중한 만큼 외국인에게 공평하게 과세 부담을 지워도 투기성 수요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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