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차 재난지원금 추경, 눈덩이 나랏빚 알 바 없나

입력 2021-01-31 17:37 수정 2021-01-31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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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밀어붙이면서 연초부터 또다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1분기 추경 편성이 이뤄지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과 1999년 이후 처음이다. 국가채무의 급격한 증가 또한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은 코로나19에 따른 영업제한·금지 조치로 자영업자가 입은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4차 재난지원금도 지급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손실보상제는 법제화를 위한 시간이 소요돼 하반기에나 시행이 가능하게 되면서 지원의 공백을 메우는 4차 재난지원금을 풀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4월의 서울·부산 시장 보선을 앞두고, 피해계층 집중 지원과 전 국민 대상 지급을 병행하는 방식에 무게를 싣는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모든 국민에게 뿌려졌고, 이후 2·3차 지원금은 피해계층에 선별 지급됐다.

이 경우 투입 재정이 1∼3차 지원금보다 훨씬 커지면서 ‘슈퍼 추경’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는 14조3000억 원, 2차 7조8000억 원, 3차 9조3000억 원이었다. 이를 위한 네 차례의 추경이 편성됐고 재원 조달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41조7000억 원에 이르렀다.

1분기 추경이 가시화하면 15조∼20조 원 규모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재정에 여유가 없으니 고스란히 적자국채로 메워야 한다.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만 연말에 국가채무가 956조 원에 이르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이 47.3%로 올라간다. 추경을 위해 20조 원의 적자국채를 발행할 경우 그만큼 나랏빚이 늘어나고 채무비율도 높아진다. 올해 한 차례의 추경으로만 그치지 않는다면 국가채무가 1000조 원, 채무비율이 GDP의 50%를 넘을 것은 불보듯 뻔하다.

예산당국인 기획재정부는 1분기 추경 편성에 당연히 부정적 입장이다. “지금 3차 재난지원금이 집행 중으로 4차 지원금과 추경은 논의 대상이 아니고 검토한 바도 없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4차 지원금을 위한 추경 편성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여당은 밀어붙이고, 기재부가 나라 곳간지기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신뢰는 없다. 결국 기재부는 뒤치다꺼리에 급급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 재정의 역할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나랏빚을 무한정 늘려 경제를 떠받칠 수 없고 효과 또한 제한적이다. 모든 경제위기는 근본적으로 결국 부채로부터 비롯된 것이 그동안의 역사다. 우리는 재정이 바닥나도 선진국들처럼 마음대로 돈을 찍어낼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재정건전성이 추락하고 국가신용이 떨어지면 한순간에 자본의 탈출과 과거의 외환위기 같은 사태를 맞을 수 있다. 괜한 걱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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