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지연, 글로벌 경제회복 위협…“연말까지 10%만 접종”

입력 2021-02-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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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S "2022년 말에도 전 세계 접종률 21% 그칠 것"
국경 폐쇄로 회복 더뎌…신흥국·관광·항공업 회복 요원

▲2021년 분기별 백신 접종률 전망치. 단위: 퍼센트(%)
남색: 1분기, 파란색: 2분기, 하늘색: 3분기, 회색: 4분기.
위쪽부터 이스라엘, 칠레, 러시아, 한국, 폴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대만, 브라질, 말레이시아, 에콰도르, 태국, 페루, 콜롬비아,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2021년 분기별 백신 접종률 전망치. 단위: 퍼센트(%) 남색: 1분기, 파란색: 2분기, 하늘색: 3분기, 회색: 4분기. 위쪽부터 이스라엘, 칠레, 러시아, 한국, 폴란드,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멕시코, 대만, 브라질, 말레이시아, 에콰도르, 태국, 페루, 콜롬비아, 터키,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게임체인저’로 불렸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지연되면서 글로벌 경제 회복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올해 종식은커녕 내년이나 그 이후에도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영향에 시달릴 것이란 불안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현재 접종률이 유지된다면 연말까지 전 세계 인구의 약 10%만 백신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2년 말까지로 확대해봐도 접종률은 21%에 그칠 전망이다. 올해 안에 인구 3분의 1 이상이 접종하는 국가는 10개국에 그칠 것이라고 UBS는 내다봤다.

UBS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국의 백신 접종률이 낮을 것으로 관측했지만, 선진국이라고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유럽연합(EU)은 애초 올해 여름까지 인구의 70%에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었지만, 지금까지 접종률은 2% 수준이다. UBS는 EU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백신 생산이 더디기 때문이다. EU에 백신 공급을 약속했던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달 벨기에 공장의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겨 목표 공급량을 채울 수 없다고 밝혔다. EU는 백신 수출 금지 조치까지 언급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벨기에 공장의 생산이 느려지자 캐나다는 화이자 백신을 애초 계획보다 70%나 적게 받고 있다.

자국 기업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 중국도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백신 승인과 생산 준비가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된 영향이다. 궈웨이 중국물류구매연합회(CFLP) 부국장은 “주요 문제는 생산”이라며 “올해 중국이 집단 면역에 필요한 만큼 백신을 접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은 중국이 집단 면역을 형성하려면 2022년 말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예상했다.

다른 국가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인도네시아는 1년 3개월 안에 인구의 65%를 접종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을 달성하려면 3~4년가량 더 걸릴 예정이다. 필리핀은 올해 7000만 명에게 접종할 예정이었지만, IMA아시아는 “올해 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질과 멕시코는 지금까지 접종률이 각각 0.8%와 0.5%에 불과하다.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을 500만 회 접종할 계획이었지만, 생산 지연으로 인해 80만 회분만 공급받았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 속도가 달라 단기적으로 나라마다 경제 회복 속도가 차이 날 것으로 보인다. 에릭 니엘슨 우니크레디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의 일부를 위협하는 한, 어느 곳도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종을 울렸다.

설상가상으로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국경을 폐쇄하는 국가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와 노르웨이, 핀란드 등 유럽 주요국은 국경을 다시 폐쇄했다. 뉴질랜드와 호주는 2021년까지 해외 입국을 계속 금지할 예정이다. 세계에서 가장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이스라엘도 여전히 국제선 항공편을 금지한 상태다. 로버트 카넬 ING 이코노미스트는 “1월 1일이 되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가정은 매우 낙관적인 견해였다”고 말했다. 현재 개발된 백신 중 남아공발 변이 바이러스에 유의미한 예방 효과를 보인 백신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도 문제다.

이에 신흥국과 관광산업, 항공업 등은 회복이 요원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은행(WB)은 올해 개발도상국으로 송금되는 돈이 7.5%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에는 7% 줄었다. 동남아시아와 태평양 휴양지의 호텔은 내년 중반까지 정상화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학의 주요 자금원인 유학생들은 2022년 중반까지 캠퍼스로 돌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항공업계는 백신 여권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려 했지만, 접종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이마저도 적용하기 어렵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항공 교통량은 2023년까지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닉 카린 IATA 부사장은 “우리는 몇 달이 아닌 몇 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며 “업계가 계속 지금처럼 운영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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