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공매도는 사기다”

입력 2021-02-02 13:59 수정 2021-02-0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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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자본시장부 차장

형법 374조 ‘사람을 기망(欺罔)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사기죄에 처한다.

상대방을 속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할 때 사기죄로 처벌 받는다. 선진국에서는 개인간의 사기의 경우 형사처벌 하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마저도 국가가 개입해 형사처벌 하고 있다.

덕분에 국내 형사사건 발생 건수 1위는 사기죄로 2018년의 경우 24만 여건에 달한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는 사기에 대해 ‘선택적 사기죄’가 적용된다. 한 개인이 없는 주식을 있다 하고 누군가에게 팔 경우 100% 사기죄로 처벌 받지만 외국인이나 기관이 없는 주식을 팔아도 과징금이나 벌금을 물고 끝난다.

2018년 골드만삭스의 60억 원치 공매도 미결제 사고를 비롯해 그 전 해의 삼성증권 배당 오류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이 밖에도 규정 위반 수십건의 공매도 거래가 있었지만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 조차 제대로 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공매도 시장인 탓인지 아니면 의지가 없는 것인지 제대로 적발되고 있지 않다.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인도네시아와 우리나라만 공매도 금지라며 이러다가 외국인 자금 이 빠져나간다고 엄포를 놓는 사람들은 공매도만 말하지 규정이 다른 점은 말하지 않는다.

우선 미국 공매도는 우리나라와 달리 개인의 참여가 제한돼 있지 않다. 미국은 기관투자자라도 공매도를 할 경우 일정 부분 증거금이 필요하다. 일본도 최소 30%의 증거금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는 규정 자체가 없다.

우리나라는 한국거래소가 증권사 재량으로 규정하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 천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공매도 규제는 증권사 자율로 두고 있다 보니 증거금 최저한도에 대한 법적 규제 근거가 없는 상태다.

일부증권사들은 기관과 외국인에게는 증거금을 아예 면제해 주기도 해 무제한의 레버리지를 활용해 공매도를 할 수 있어 100억 원으로 2000억 원, 즉 20배의 공매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증거금 제도외에도 공매도 상환기간 규정에서도 미국과 한국의 공매도는 하늘과 땅 차이다. 미국은 공매도를 한 이후 일정 기간 이내에 상환 해야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증거금 처럼 규정 자체가 없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몇 차례 차입공매도한 증권의 상환기간을 규정하는 개정법률안이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지만 번번히 본회의 문턱도 가지 못하고 폐기됐다.

미국은 4결제일 제도를 운영중이어도 주식이 없는 상태에서 공매도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D+2결제일을 이용해 주식이 없어도 공매도를 먼저 하고 이후 결제일 이내에만 주식을 빌려와 메꾸면 그만이다.

한국거래소의 주주이자 회원사들인 증권사들은 시장조성자로 지정 돼 있어 공매도가 금지돼 있는 지금도 자유롭다. 물론 한국거래소는 증권사들에게 거래세도 받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한국거래소는 개인투자자들이 하면 처벌 받는 업틱룰이니 자전통정거래니 하는 것들도 회원사들인 증권사들이 하면 문제 삼지 않는다.

지난 3년간 공매도 수익은 1조7000억 원에 달하고 돈을 빌려 주식을 산 개인들은 7000억 원대의 손실을 봤다고 한다.

많은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돈을 많이 벌어 배 아파 폐지 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비하면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반(反) 공매도 운동’이 벌어지면서 게임스탑(GME)에서 공매도와의 전쟁이 벌어지는 판이다. 동학개미들은 그저 현격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 달라는 것 뿐이다.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소유하지 않은 집은 팔 수 없고, 소유하지 않은 차도 팔 수 없다. 그런데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팔 수 있는가”라며 “그것은 헛소리이고, 공매도는 사기”라고 비판했다.

공매도는 사기라는 머스크의 발언에 더해 동학개미들은 많은 사람들을 ‘벼락 거지’로 만든 아파트에 공매도를 도입하면 바로 떨어질 것이라는 말이 그저 우스게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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