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개미發 은값 폭등, 태양광 패널 등 글로벌 산업 공급망 뒤흔드나

입력 2021-02-0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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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값 9.3% 폭등하며 8년 만에 최고치
지난주 게임스톰 주가 400% 올린 개미들이 몰린 영향
태양광 패널 등 은 활용처 다양…산업 비용 증가 우려

▲2013년 이후 은값 등락 추이. 1일(현지시간) 종가 온스당 29.418달러. 출처 블룸버그통신
▲2013년 이후 은값 등락 추이. 1일(현지시간) 종가 온스당 29.418달러. 출처 블룸버그통신
미국 개미 투자자들이 주도한 집단 매수에 은값이 폭등하고 있다. 은은 귀금속이면서 동시에 각종 산업 부품에 활용되는 핵심 원자재여서 태양광 패널을 비롯한 글로벌 산업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은 3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50달러(9.3%) 폭등한 온스당 29.418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2013년 2월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다. 은값은 장중 한때 30.35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세계 최대 은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실버트러스트 역시 이날 7% 이상 뛰었다.

이는 지난주 게임스톱 주가를 400% 폭등시켰던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이 은과 같은 실물자산으로 옮겨 가는 영향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개미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개설된 월스트리트베츠를 통해 게임스톱을 비롯한 특정 주식의 집중 매수를 모의하고 실행에 옮겨왔다. 하지만 이날 게임스톱 주가가 30% 이상 급락하는 등 관련 주식들이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현재 월스트리트베츠에는 은을 사자는 게시물들과 함께 ‘실버스퀴즈’라는 해시태그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실버스퀴즈는 주식 시장에서 재미를 봤던 ‘쇼트 스퀴즈(공매도 투자자들이 쇼트 주문 커버나 손실 방지를 위해 상품이나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상황)’를 은 시장에서도 일으켜 수익을 올리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다만 이번 은값 폭등은 앞서 벌어진 주가 폭등과는 상황이 다르다. 개별 종목 영향에 한정됐던 주식시장과 달리 은은 원자재로서 활용처가 많은 만큼 관련 산업의 비용 증가 문제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높은 전도성이 강점인 은은 태양광 패널과 PCB(인쇄회로기판) 등에 핵심 자재로 사용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에너지 리서치 업체 블룸버그NEF의 제니 체이스 태양광 애널리스트는 “현재 가격 기준 은은 태양광 패널 비용의 약 4.7%를 차지하고, 또 은 수요의 약 10%를 태양광 패널이 차지하고 있다”며 “태양광 패널을 구매하고 싶다면 2분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지난해 전 세계 은의 약 28%가 컴퓨터와 텔레비전, 휴대폰 등 전자제품에 들어갔다. 또 은은 반지와 귀걸이 등 귀금속부터 붕대, 병원 페인트까지 많은 제품에 포함돼 있다. 당장 미국 조폐국이 발행하는 기념 동전인 아메리칸이글의 은화 프리미엄은 평소 2달러였지만, 최근 5달러로 치솟았다.

블룸버그는 “은값이 폭등하면서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들의 원가가 상승할 위험이 있다”며 “각 산업이 어느 정도의 영향을 받을지는 은값 랠리가 얼마나 지속하느냐에 달렸다”고 전했다.

또 은은 주식과 달리 채굴이라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비용에 더 민감한 것으로 전해진다. 스프레드엑스의 코너 캠벨 애널리스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은은 채굴과 연결돼 있어서 게임스톱과 비교할 때 연쇄 반응이 훨씬 크다”며 “만약 은값이 더 올라간다면 다른 산업과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하다”고 경종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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