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실경영으로 상장폐지, 상법상 손해배상 이유 안 돼”

입력 2021-02-02 16:28 수정 2021-02-02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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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을 취득한 회사 경영진의 부실경영으로 인한 상장폐지에 따른 손실은 직접적인 손해가 아닌 만큼 상법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2부(재판장 홍기찬 부장판사)는 모바일 게임 업체 A 사의 주주들이 전·현직 경영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 사는 모바일 경영 게임으로 인기를 끈 코스닥 상장사로 2018년 3월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A 사는 이의 신청과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상장폐지 무효 확인 소송 등 경영 정상화를 시도했지만 대법원은 상장폐지를 확정했다.

이후 A 사 주주들은 회사와 전·현직 경영진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모회사에 신용을 공여해 상법을 위반하고, 특수관계인의 횡령 사실을 공시에 누락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간접적인 손해, 배상 필요성 없어

그러나 법원은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상법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사의 부실경영으로 회사의 재무구조나 경영상태가 악화하고 이에 따라 상장폐지에 이르게 되는 과정에서 주가가 급락한 경우 그로 인해 주주가 입은 손해는 간접손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들이 A 사를 부실하게 경영해 상장폐지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보는 게 상당하다"면서도 "주주들에게 주식의 가격 하락에 따른 손해가 발생했더라도 그 손해를 상법에 따라 배상받을 수 있는 직접손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상법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직접손해'에 해당해야 하는데 재판부는 A 사 주주들의 손해를 '간접손해'로 본 것이다. 2012년 대법원은 "대표이사가 회사의 재산을 횡령해 회사가 손해를 입고 결과적으로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것은 간접적인 손해"라고 판단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른 손배 주장도 모두 기각

주주들은 "A 사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구본현 씨가 13억 원의 가치를 가지는 B 사 주식을 20억 원에 취득하는 방법으로 그 차액을 횡령했다"면서 "A 사는 7억 원의 횡령액을 불법 행위 미수금으로 계상하는 등 재무제표를 공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 씨 등이 A 사 자금을 경영 자문 명목으로 펀드에 돈을 지급하는 등 합계 24억2000만 원을 횡령했지만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A 사의 자산 총계 약 2145억 원에 비춰보면 횡령금 각각 7억 원, 24억2000만 원의 비중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무제표에 횡령과 관련한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합리적인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는 판단을 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할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사항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구 씨는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구자극 엑사이엔씨 회장의 아들이다. 2011년 구 씨는 엑사이엔씨 대표로 있으면서 추정 매출액을 허위로 꾸미고 사채업자와 함께 주가를 조작하는 수법 등으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만기 출소했다.

이후 구 씨는 A 사 관련 사건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은 뒤 검찰 수사를 피해 네덜란드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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