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로 인한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이 국내에서도 시작됐다. 한국지엠(GM)이 미국 본사의 결정에 따라 부평2공장의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면서다.
한국지엠은 반도체 수급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8일부터 부평 2공장의 가동률을 절반으로 낮춘다고 4일 밝혔다. 부평 2공장은 SUV 트랙스와 세단 말리부를 2교대 체제로 생산 중이다.
한국지엠 측은 “구매 조직이 부품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반도체 수급에 대한 방안을 찾고, GM과 한국지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생산량 감축이 언제까지 지속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사 측은 매주 물량 확보 상황을 살펴가며 다음 주의 생산계획을 확정해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다만, 한국지엠의 주력 수출 차종인 SUV 트레일블레이저는 정상적으로 생산된다.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부평 1공장도 차질 없이 가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현재 2교대 체제를 1교대로 전환할지, 2교대를 유지하되 생산 일수를 조정할지 등 구체적인 대책은 확정하지 않은 상태”라며 “SUV를 포함한 수요가 많은 제품을 계속 생산하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지엠의 감산은 미국 본사의 결정에 따른 조치다. 앞서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GM은 8일부터 반도체 부족에 따라 미국 캔자스주 페어팩스, 캐나다 온타리오주 잉거솔, 멕시코 산루이스 포토시 공장의 생산을 완전히 중단하고, 부평 2공장은 생산량을 줄이기로 했다.
자동차 생산 예측업체인 오토포캐스트 솔루션은 내주 GM의 총 감산량이 1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미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포드, 스바루, 토요타, 혼다, 닛산, 스텔란티스 등 주요 완성차 제조사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차질을 빚으며 감산을 시작했다.
아직 현대차ㆍ기아를 비롯한 다른 국내 완성차 업체는 즉시 감산을 검토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재고 관리에 신경 쓰는 상황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모든 국내 제조사의 구매 부서가 물량 확보와 수급 조절에 총력을 기울이며 생산 차질을 막으려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자 완성차 업계는 브레이크와 핸들링, 유리창 조정, 거리 센서 등에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는데, 예상보다 빨리 수요가 회복되자 공급 부족을 겪게 됐다.
국산 중형차를 기준으로 약 120개의 반도체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급차와 친환경차가 상대적으로 더 많은 전자장비를 갖춘 만큼,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자칫 업계의 전동화 전환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