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설날 '5인 이상 집합 금지' 놓고 엇갈린 반응…"필요" vs "과하다"

입력 2021-02-0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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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정부가 설날 당일을 포함한 설 연휴에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달 3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이 물품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정부가 설날 당일을 포함한 설 연휴에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달 31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이 물품을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뉴시스)

#서울시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정호진(30) 씨는 이번 설 연휴엔 지방에 있는 본가에 가지 않기로 했다. 할머니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오지 말라고 호통을 치셨기 때문이다. 한편, 부모님만 방문하시기로 한 외가에는 4남매가 '배턴터치'를 하듯 하루씩 돌아가면서 찾아뵙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정부가 설날 당일을 포함한 설 연휴에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인 가운데, 아예 본가에 내려가지 않거나 가족들이 순번을 정해 본가를 방문하는 등 유례없는 설 연휴 풍경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의 지지부진한 감소세로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번복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에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해당 조치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과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방역당국은 설 연휴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5명 이상 모이면 안 되며, 모임이 적발될 경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방역당국은 설 연휴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5명 이상 모이면 안 되며, 모임이 적발될 경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 다르면 5인 모임 금지…번복 가능성은 희박

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를 14일 자정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설 연휴인 2월 11일부터 2월 14일도 강화된 거리두기 정책이 유지되는 것이다.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도 설 연휴 기간까지는 적용되며, 이에 따라 설 연휴에 치르는 성묘·세배 등 대부분의 가족 모임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방역당국은 설 연휴 직계가족이라도 거주지가 다르면 5명 이상 모이면 안 되며, 모임이 적발될 경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달 31일 정례브리핑에서 "함께 거주하는 가족만 예외로 해당하고 떨어져 살고 있는 가족들이 모이는 부분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에 위배되는 것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명절 기간 5인 이상 모임이 적발되는 경우와 관련해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방역수칙 위반에 대해서는 1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 설 연휴 전에 방역 조치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4일 국내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이틀 연속 400명 중반대를 기록하면서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기 때문. 아울러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더 센 것으로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가 지역사회 집단감염으로 이어진 첫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5인 이상 집합 금지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의 방침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직계가족끼리도 만나지 못 하게 하는 조치가 다소 과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뉴시스)
▲5인 이상 집합 금지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어떨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의 방침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직계가족끼리도 만나지 못 하게 하는 조치가 다소 과하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뉴시스)

10명 중 5명 "가족 간 만남은 허용해야"…5인 이상 금지엔 긍정적

5인 이상 집합 금지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어떨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의 방침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직계가족끼리도 만나지 못하게 하는 조치가 다소 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복지부가 2일 발표한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5명 이상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를 시행하더라도 가족 간 만남을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27∼28일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국민 다수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 자체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의 74.4%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3차 유행 차단에 효과적이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으며,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22.1%에 그쳤다.

그러나 가족 간에도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조치에는 상당수가 불만을 드러냈다. 사적 모임을 금지하더라도 가족 간 만남은 허용해야 하냐는 질문에 56.1%는 '그렇다'고 답했고, 41.0%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이번 설 연휴에는 정부의 5인 이상 모임 금지 지침에 더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본가에 방문하지 않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이번 설 연휴에는 정부의 5인 이상 모임 금지 지침에 더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본가에 방문하지 않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설 연휴에 본가 가지 않는 사람들 "코로나19 감염 두려워"

이번 설 연휴에는 정부의 5인 이상 모임 금지 지침에 더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본가에 방문하지 않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울산에 거주하는 안모(29) 씨는 이번 설 연휴엔 본가에 가지 않기로 했다. 안 씨는 "5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정부 지침도 그렇지만 현재 부부가 모두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혹시나 확진자와 접촉한다거나 확진될까 봐 두렵다"며 "아무리 우리 집이라도 방문하기 부담스럽고 어른들도 백신 맞은 후에 보자고 해서 가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천광역시에 사는 박모(25) 씨도 이번만큼은 명절 모임을 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박 씨는 "할아버지가 '가족끼리 모이는 건 5인 이상이어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말했다"면서도 "그래도 '코로나가 위험하긴 하니 안 내려오는 게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5인 이상 모임 금지'가 해제돼도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집은 차례를 지내는데 차례 음식 재료도 할머니가 미리 택배로 보내줘서 큰집인 우리 집에서 우리 가족만 대표로 지낼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 머물고 있는 남모(30) 씨는 5인 이상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본가에 내려가 '가족 모임'을 할 예정이라면서도 '친지들과의 모임'을 할지는 미정이라고 했다. 그는 "외할머니도 있고 형도 병원에 근무하는 중이라 모임을 하는 것이 많이 고민된다"며 "5인 이상 모임이 제한되면 가족끼리 소소하게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과하다며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뉴시스)
▲정부의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과하다며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뉴시스)

"국민을 '이산가족'으로 만들었다" 정부 조치에 불만 토로하기도

정부의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가 과하다며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박모(29) 씨는 "최근에 감염자가 급증해서 물론 걱정스러운 면도 있지만, 정부의 조치가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안 그래도 시장·마트 등에서 동선을 항상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될 수 있으면 실내에서 활동하라'는 메시지만 줘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K-방역의 강점이 동선 관리인데 그 장점이 있음에도 무조건 모임을 자제하라고 하니까 아쉽다"고 밝혔다.

그는 "10인 이상 모임을 금지한다고 하면 충분히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데 5인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면 사실상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이전처럼 10인 이상 모임 금지만이라도 해줘도 국민이 충분히 지침을 잘 지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한모(27) 씨도 정부의 방역 지침에 대한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하는 차원에서 내놓은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를 한 번도 어기지 않고 잘 지켜왔다"면서도 "확진자 수는 어느 정도 줄더니 이제는 줄어드는 양상은 안 보이고 집단 감염은 매번 터진다. 정부 수칙을 지키는 사람만 바보가 되는 걸 여실히 느낀다"고 토로했다.

한 씨는 "명절마저도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는 건 정부가 방역을 못 했으니 시민한테 책임을 떠넘기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방역 실패가 국민을 사실상 '이산가족'으로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직계가족이더라도 5인 이상 모여선 안 된다는 정부 지침이 과하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코로나19로 얼굴도 못 봤을 텐데 직계가족끼리도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하는 것은 국민의 일상생활을 속박하고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물론 작년 12월에 매일 1000명씩 확진자가 나오고 병상이 부족할 땐 국민 대다수가 '사적 모임 금지를 통해서라도 확진자를 줄이자'라는 의견의 일치가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병실 부족도 없고 방역에도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 헬스클럽이나 카페는 열도록 하면서 왜 더 극단적인 3단계 조치인 5인 이상 모임 금지 조치를 아직도 유지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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