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에 흔들리지 말라더니…" 김명수 사과에 판사들 충격

입력 2021-02-0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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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근 판사 행동 부적절 의견도…"국회가 법원 또 흔들어" 비판도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에 연루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된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농단 연루 법관의 탄핵소추를 이유로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한 대화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일선 판사들은 외압으로부터 사법부를 보호해야 할 김 대법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이번 사태를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수도권 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4일 이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장의 해명이 거짓으로 드러난 것도 문제지만 법원의 수장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 것에 실망이 크다”며 “외압에 흔들리지 말라고 한 대법원장이 오히려 거세게 흔들리고 있어 보기가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이런 상황이 참담하고 슬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판사는 “어제부터 기사를 보고 착잡했다”며 “너무 참담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임 부장판사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이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은 당연히 문제"라면서도 "판사가 녹음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있을 수가 없는 일인데, (임 부장이) 결국 의도를 가지고 한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법관 탄핵을 추진한 국회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농단에 관련된 고위 법관 중 사직서가 수리돼 나간 사람은 없고 임기 만료로 퇴임한 것으로 아는데, 대법원장도 그런 원칙에서 말한 것으로 이해가 된다”며 “사실 그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해도 정치적 고려로 해석될 것"이라며 말했다.

이어 "임 부장판사가 사직서를 제출한 시점이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한 직후이니 탄핵을 먼저 걱정했을 것 같다”며 “오히려 이렇게 몰아붙인 국회가 참 야속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대법원장이 여러모로 말실수는 분명히 한 것 같지만, 맥락도 살펴봐야 한다”며 “(국회는) 왜 이 시점에서 갑자기 탄핵을 들고나와 법원을 뒤집어 놓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전날 임 부장판사가 면담 당시 거취 문제를 논의했으나 정식으로 사표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또 탄핵 추진 움직임을 이유로 사표를 반려한다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사법부의 미래 등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서라도 녹취파일을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돼 부득이 이를 공개하는 것”이라며 김 대법원장과의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사표 수리, 제출 그런 법률적인 것은 차치하고 나로서는 여러 영향, 그걸 생각해야 한다”며 “그중에는 정치적인 상황도 살펴야 된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 상황을 잘 보고 더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탄핵하자고 하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고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은 헌정사에서 처음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임 판사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찬성 179표ㆍ반대 102표ㆍ기권 3표ㆍ무효 4표로 가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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