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조사 방해 ‘신천지 무죄’에 대구시 “민사·행정소송 계속 추진”…방역당국 “법 해석에 차이”

입력 2021-02-0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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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과정서 역학조사 방해 혐의 법리 다툼 치열
檢 “판결에 불복…항소할 것” 밝혀
감염병예방법 개정돼 정보제공 거부 시 처벌
대구시 “재산 과정 지켜보며 민사 소송 계속”
방역당국 “교인명단 제출 요구는 불가피한 선택”

▲대구지방법원은 3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 8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은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들이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지법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 (뉴시스)
▲대구지방법원은 3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 8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은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들이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대구지법 법정에 들어서는 모습.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역학조사에 교인명단을 고의로 누락·제출한 혐의(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공무집행방해 등)로 재판에 넘겨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들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방법원은 3일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 8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구교회의 전체 교인명단 제출요구는 방역당국이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데 필요한 명단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역학조사 그 자체라기보다는 역학조사 전 단계의 사전 준비행위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구교회 전체 교인명단 제출요구는 감염병예방법 및 시행령에 규정된 역학조사의 내용 및 방법에 관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위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구체적인 직무 집행을 방해했음을 인정하기에도 부족해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신천지 대구교회 간부들의 역학조사 방해 혐의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과 검찰 사이에 치열한 법리 다툼이 있었던 사항으로 검찰에서는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들은 재판에서 “질병관리본부 및 대구시의 신천지 대구교회 전체 교인명단 제출요구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역학조사에 해당하지 않고 위계의 고의도 없으며 관련 공무집행을 방해한 사실도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대구시 역시 3일 이번 형사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민사·행정소송을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이번 형사재판 결과는 역학조사의 범위에 관한 법리적 쟁점에 따른 것으로 민사소송이나 신천지 대구교회 측이 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의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민사소송은 신천지 대구교회 간부들의 형사상 책임과는 별개로 거짓 자료 제출에 따른 방역방해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지역사회 감염 전파·확산에 의한 비용 지출의 원인 제공자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그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형사 재판 진행과정을 계속 예의주시하면서 민사·행정소송 대응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면서 “변호인단에서는 대구시의 민사 승소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신천지 대구교회로 인해 피해가 생긴 부분들을 계속 찾아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6월 18일 신천지 대구교회 및 총회장을 상대로 1000억 원의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으로부터 신천지 대구교회 건물을 포함한 부동산·예금 등에 대한 가압류결정을 받았다. 이에 신천지 대구교회 측은 교회 건물 등 폐쇄조치에 대해 행정심판 및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처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정부는 이번 대구지방법원의 판결과 관련해 방역당국의 판단과 법원 판단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는 입장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4일 오전 코로나19 기자단 설명회에서 “법원은 명단을 제출하지 않는 건 역학조사 준비단계이기 때문에 역학조사 방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해 1심 무죄로 판결했다”면서 “법의 해석을 둘러싸고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윤 반장은 “지난해 9월 29일 법이 개정돼 이 부분에 대한 내용이 보완됐다. 역학조사 방해죄가 아닌 고의적으로 명단을 누락하거나 명단을 미제출했을 경우 정보제공 요청 거부에 대해서는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면서 “감염병예방법 ‘정보제공 요청 및 활용’ 조항에 따라 질병관리청장이나 지자체장이 감염 차단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다. 벌칙조항도 신설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법적 근거를 뒀다”고 설명했다.

윤 반장은 “다만 9월 29일 이전에는 벌칙 조항이 적용되지 않아 신천지는 이 조항에 적용이 불가능해 역학조사 방해죄를 적용했다”고 했다.

지난해 9월 개정된 감염병예방법(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76조의2는 ‘질병관리청장 또는 시·도지사는 감염병 예방 및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해 필요한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 지자체의 장, 공공기관, 의료기관 및 약국, 법인·단체·개인에 대하여 감염병환자등 및 감염병의심자에 관한 다음 각 호의 정보 제공을 요청할 수 있으며, 요청을 받은 자는 이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해 방역당국의 정보제공 요청을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한 경우에 대한 처벌규정이 신설됐다.

법원이 인권침해를 이유로 교인 전체 명단 제출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과 관련해 윤 반장은 “이번 법원 판결문을 잘 보면서 면밀히 검토해 어떻게 하는 게 바람직한 방안인지 계속 논의할 예정”이라며 “1심 판결을 했고, 2·3심이 남았는데 판결문을 면밀하게 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윤 단장은 “사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증상 감염, 증상이 나타나기 이틀 전부터 바이러스 전파가 활발하다는 측면을 고려하면 방역당국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며 “IM선교회와 같이 확진자가 일단 발생해 다른 교회로 옮기는 사례가 있어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확진자 수가 많이 나오는 경우 전체 회원 자체가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적극적 해석을 해야 적극적인 방역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한정 자료를 요구하는 건 아니지만 방역적 판단에 따라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명단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을 잘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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