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지수’ 뒤엔 이들이 있다, 동학개미·삼성전자·김현미 전 장관…

입력 2021-0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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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청개구리에서 시장 주역으로
김현미 전 장관, 부동산 규제에 갈 곳 잃은 돈 ‘증시’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저금리에 역대급 ‘유동성’
박현주ㆍ존리, 한국 주식 대중화에 한몫
삼성전자, 한국증시 ‘대장주’로 지수 견인

(이투데이DB)
(이투데이DB)
꽃은 그냥 피지 않는다. 메마른 땅에 물과 자양분을 한데 모을 때 비로소 뿌리를 내릴 수 있다. 주식시장도 그렇다. 척박했던 한국 증시에 ‘코스피 3000’이라는 꽃이 폈다. 숱한 시장참여자들이 함께 물을 주고, 자양분이 되어줬다. 새로운 고지에 누가 함께하고 일조했는지 조명해봤다.

“주역은 바로 ‘당신’...동학개미 전성시대”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실 그동안 개인투자자들은 ‘청개구리’ 신세였다.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꽁무니를 따르다 주가가 꼭지일 때 사고, 바닥일 때 팔아 늘 뒤통수를 맞았다. 그러나 2020년은 달랐다. 코로나 여파에 출렁이는 한국 증시를 떠받쳐줬다. 지난해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내가 간과한 게 있다면, 개미의 힘”이라고 할 정도다.

코스피 3000의 장막을 거둬낸 주역 역시 동학개미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4조5000억 원과 25조5000억 원어치 팔아치울 때 개인들이 무려 47조4000억 원을 사들였다. 연말 ‘팔자’에 나선 행보와 달리 지난 12월, 14년 만에 처음 순매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작년 개미들이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한 주식은 하루 평균 약 8조 원. 전체 코스피 거래대금의 개인 비중도 2019년 47.5%에서 지난해 65.8%로 뛰었다. 지난 하반기 상승 랠리를 달리자 너도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지 모른다’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커지면서다.

하지만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이라는 ‘경고등’도 울렸다. 빚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 융자 잔고는 20조 원을 넘어섰다. 대박주를 찍어준다는 ‘주식리딩방’에 혹해 사기를 당하거나 작전주의 함정에 빠지는 폐해도 잇따랐다

역대급 유동성...“한국증시, 부동산 규제가 한몫”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김해신공항 검증 후속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김해신공항 검증 후속 관계장관회의에서 정세균 국무총리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부동산에서 주식 시장으로 머니무브가 일어나고 있다. 투자자들이 규제로 발이 묶인 부동산보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주식 시장을 택하면서다.

이 때문에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은 잇따른 부동산 규제로 갈 곳 잃은 투자자금을 증시로 돌리는 데 한몫했다는 평을 듣는다. “김현미 전 정관 덕분에 주식이 올랐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을 누르면 수도권이 튀는 풍선효과가 반복되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세입자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한 개정 임대차법은 사상 초유의 ‘전세대란’을 초래하며 다시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집값이 5.36% 올라 9년 만에 최고로 뛴 것으로 나타났다. 전셋값은 4.61% 올라 5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대출규제와 집값 폭등에 20·30세대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은 오르지 못할 나무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들은 빚을 내서라도 삼성전자(지난해 개인 순매수 1위 종목) 주주가 되는 길을 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만 30세 미만 청년층의 신용융자잔고는 2019년 말 1600억 원에 불과했지만, 작년 9월(15일 기준) 4200억 원으로 162.5% 폭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 평균 증가율인 89.1%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JP모건은 현 정부의 주택 시장 규제가 계속되는 한 국내 증시는 강세장을 달릴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 정부가 집값 잡기를 강조할수록 증시에 투자 자금이 몰리고, 주가도 오른다는 설명이다. 지난 연말, JP모건은 국내 증권사의 최고 전망치(3080포인트)를 뛰어넘는 3200을 올해 코스피 목표치로 제시했다.

파월의 입에 시장 이목 쏠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2일 의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해 12월 2일 의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세계 증시는 미 금리정책 방향에 투심이 움직였다. 그 중심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있다. 파월 의장의 이름을 딴 ‘파월 풋’도 등장했다. 작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자 연준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렸고, 이후 사실상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평균물가목표제(AIT)까지 도입했다.

금리를 과감히 낮춰 증시를 떠받치자 꺼지던 투자 불씨도 활활 살았다. 세계시장에선 ‘연준에 맞서지 말라(Don’t fight the Fed)‘란 오랜 격언이 다시 돌았다. 통화 정책에 맞춰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금리 인하 기조에서는 적극적으로, 인상 국면에선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이다. 지난 6월, “우리는 금리 인상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을 생각하는 것조차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그의 발언은 세계 투심을 굳혔다.

다만, 금리 인하는 파월 의장에게 새로운 족쇄도 채웠다. ‘연준이 지나치게 비둘기파적일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과소평가한다‘ 등 자산시장 거품을 더 키울 수 있다는 비판이다.

지난달 27일(현지 시각) 미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0.00~0.25%로 동결했다. 작년 3월 ‘제로(0)’ 수준으로 내린 이후 일곱 차례 연속 같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 문화, 박현주가 다지고 존 리가 이끈다”

▲(왼쪽부터)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사진출처=미래에셋대우, 고이란 기자 @photoeran)
▲(왼쪽부터)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사진출처=미래에셋대우, 고이란 기자 @photoeran)

지난 2007년 7월, 코스피 지수는 2000을 처음 돌파한 이후 약 13년 5개월여 만에 앞 자릿수를 갈아치우는 대기록을 쓴다. 이 기간 개미들의 투자 문화도 세대교체가 됐다. 중국 특수로 증시 호황기를 겪었던 2004~2007년은 펀드 열풍이 불었고, 2020년은 직접 투자가 대세였다.

한국 투자 문화 기반을 다니는 데 숱한 고수들이 시장에 풀무질했다. 시중의 돈을 은행에서 펀드로 유턴시킨 박현주 미래에셋대우 회장에서부터 동학개미군단을 이끄는 이른바 ‘존봉준’(존 리+전봉준)의 존 리다.

박 회장이 유명해진 것은 ‘펀드’다. 박 회장은 1997년 미래에셋을 창업한 후 1998년 국내 최초의 뮤추얼 펀드인 ‘박현주 펀드’를 내놨고, 1년 만에 90%의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 국민에게 생소했던 ‘펀드’라는 투자상품을 각인시킨 계기다. 이후 2007년 내놓은 ‘인사이트 펀드’는 한 달 만에 4조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으면서 주부들 사이에서 ‘펀드 투자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박 회장은 예·적금이 전부인 줄 알았던 주부들에게 ‘투자’의 개념을 심어줬다. 현재 미래에셋대우 영업점에 유난히 주부들이 많이 보이는 건 당시 인사이트 펀드에 가입하면서 증권사 계좌도 함께 만든 사람들이라는 농담도 나올 정도다.

2000년대 간접 투자 방식이 보편적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직접 투자가 대세다. 지금은 유튜브 등 정보 접근성이 커지면서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고 개별주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자도 급증했다. 주식투자를 도박이나 투기 비슷하게 취급했던 인식도 확연히 바뀌었다.

특히 존 리 대표는 오늘날 ‘주식 대중화’를 주도한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지난 3월, 지수가 1400까지 떨어졌을 당시에도 ‘주식을 사라’는 발언에 ‘존봉준’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커피 사 마실 돈으로 주식을 사라”, “월급의 10%는 주식에 투자하라”, “집, 차 사지 말고 주식을 사라”는 말에 개미들은 열광했다. 그는 ‘금융문맹 퇴치’라는 목표로 유튜브, TV 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나만 없어?”...‘국민주’ 된 삼성전자

▲(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이색 주역’들도 눈에 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동학개미가 가장 많이 쓸어 담으면서 종목에 오르는 ‘국민주’ 명성을 얻고 있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수도 200만 명에 이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연초 시총 500조 원 시대 신호탄을 알리면서 몸집을 불렸다. 주가 상승 동력은 크게 두 축이다. 메모리 반도체 빅 사이클(업황 호황) 전망에 따른 실적 전망과 특별배당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삼성전자도 시장 기대치에 부응하는 주주환원 정책을 들고 왔다. 증권가에선 특별배당금을 1000원 안팎으로 예상했지만, 삼성이 의결한 특별배당금은 주당 1578원으로 시장 기대치보다 높았다.

올해부터 삼성전자는 3년간 연간 배당 규모를 기존 9조6000억 원에서 2000억 원 상향한 9조8000억 원을 집행한다. 정규 배당을 한 뒤 3년간의 잉여현금흐름 50% 내에서 잔여재원이 발생하면 이를 추가로 환원하는 정책도 유지하기로 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용만 보면 기존 정책 대비 현금배당금만 소폭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2차 빅 사이클이 임박한 상황에서 일부 조기 환원 검토는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주주환원 정책뿐만 아니라 1분기 실적 가이던스 행간을 살펴보면 보다 긍정적인 내용이 많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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