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대책 숫자는 '쇼크'인데…시장은 ‘싸늘’, 왜?

입력 2021-02-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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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어디서 얼마나 공급할지 내용 없어, 발표용 구호에 그쳐"

▲경기 광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일대 전경.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경기 광주 남한산성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 일대 전경.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정부가 ‘공급 쇼크’라고 자부하며 야심차게 내놓은 2‧4 대책이 시장에서 냉랭한 반응을 얻고 있다. 구체적인 공급 지역이 없어 발표를 위한 숫자에 그칠 수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실제 공급이 이뤄지려면 수년이 걸리고 주민 동의와 부지 확보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아 이후의 실무는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5일 국토교통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서울에서 2025년까지 총 32만3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별로 보면 정비사업이 9만3000가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역세권개발 7만8000가구, 저층주거지 3만3000가구, 준공업지역 6000가구 등이다. 이 외 소규모 정비사업 6만2000가구, 신축 매입약정 2만5000가구, 비주택 리모델링 1만8000가구, 도시재생 8000가구 등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공급 부지는 이번 대책에 빠지면서 단순 추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낙관적인 물량 수치일 뿐 실제 공급이 얼마만큼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판단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만해도 실제 사업 착수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은 사업의 절차를 대폭 단축해 시행 시기를 앞당기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2년 실거주 면제 등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참여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 동의가 선행돼야 하지만 강남권과 목동, 여의도 등 서울의 노른자 땅에 있는 주요 대단지들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한 단지 조합원은 “1대 1 민간재건축을 위해 수십 년을 기다렸는데 아무리 혜택을 늘린다 한들 공공이란 이름이 붙은 사업은 어불성설”이라며 “앞서 공공재건축의 경우처럼 사전컨설팅조차 신청하면 안 된다는 게 입주민들의 단호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겉으로는 실망했다고 하지만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관련해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서 이미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서울 32만호 공급 대책…실제 물량은 '반토막' 이하 10만호대 예측

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새로운 공급 방식과 각종 인센티브를 열거했지만 어디서 얼마나 공급할지 구체적인 방안이 없어 실제 공급량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법안 마련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고려하면 대책 추진도 다음 정권에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해 발표한 수도권 127만호 공급 대책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책도 발표용 구호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토지 소유권과 개발 이익권을 공공에 이양하고 분양가도 낮아지는데 어느 조합이 하겠느냐”며 “일반 정비사업보다 개발이익을 10~30% 더 주겠다고 하지만, 기존 투자수익을 어떻게 산정할 수가 있나. 민간사업의 분양단계인지 분양 후 시세인지 보는 사람과 위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결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일부 사업성이 안 나오는 재개발 지구는 공공을 할 수 있지만 재건축은 안 해도 남는다”면서 “이번 대책으로 기존의 공공 정비사업 시범단지들도 직접시행으로 갈지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지 확보는 조합 동의를 받아서 신청해야 하는데 국토부는 예상 사업지들이 다 신청한다는 전제 하에 물량을 과대 산정한 측면이 있다”며 “앞서 수도권 127만호 대책에 이어 이번 대책도 정부에서 예상하는 물량만큼 시장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실제 공급량은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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