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한국어·재택근무·가족…영화 '소울'이 특별한 이유

입력 2021-0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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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김재형 애니메이터 인터뷰

▲김재형 애니메이터.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김재형 애니메이터.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내 바지 어디갔어?"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감독 피트 닥터)를 보던 관객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한다. 더빙판이 아닌데 분명 한국어가 들린 것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한국어가 맞다. 영화에 참여한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최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스토리부서에서 일하는 친구가 낸 아이디어"라며 "그 친구의 목소리로 결과물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뉴욕 도심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호호만두'라는 이름의 한글 간판이 깜짝 등장하기도 한다.

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소울'은 전날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날까지 누적 관객수 100만5934명을 기록했다. 신작 영화가 누적 관객 100만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15일 이후 81일 만이다.

'소울'은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저마다의 성격을 갖춘 영혼이 지구에서 태어난다는 픽사의 재밌는 상상력에 출발한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조'와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영혼 '22'가 함께 떠나는 특별한 모험을 그린다.

특히 이번 작품은 디즈니 픽사 직원들이 재택근무 속에서 완성한 작품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세계적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는 조직인 만큼 소통에 문제는 없었는지 물었다.

"재택근무를 한 지 벌써 1년이다. 떨어져 작업하다 보니 아무래도 소통이 불편하고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 땐 디테일한 퀄리티를 놓치지 않으려 어떻게든 서로 협력해 작업한다."

철저하게 분업화된 시스템 덕분이기도 했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담당한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처럼 캐릭터를 연기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일을 맡고 있다.

"디즈니에선 이런 업무를 하는 사람만 애니메이터라고 한다. 다른 부서에선 컴퓨터 화면 안 조명이나, 카메라 촬영 담당자도 있다. 배경을 만드는 사람도 있다. 보이지 않는 뼈대 속에 가상으로 작업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모든 일원은 '수평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하게 이뤄질 것 같다'고 묻자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단점은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비슷한 수준의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이미 모였다. 다른 의견도 내지만, 그것조차도 픽사에 뽑힌 사람이라면 책임감 있게 의견을 낼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보는 거다. 그래서 하나라도 허투루 듣지 않으려고 한다. 균형도 중요하다. 대신 결정은 감독이 한다."

'소울'은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 흑인 캐릭터를 내세워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 40대 중반의 남자가 주인공이라는 점과 이미 자신의 직장이 있고 자기 일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점엔 피터 닥터 감독이 투영됐다. 감독은 23년 전 자신의 아들이 탄생한 순간부터 아이디어를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애니메이터들이 작업을 시작하면 감독의 의도를 알아야 한다. 아들 이야기를 기회가 날 때마다 했다. 아들 성격이 자기랑 비슷한데 아내와도 닮았다고 했다. 그런 여정들이 많이 투영된 거 같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라는 감독의 생각이 담긴 거다."

미국은 극장이 아예 열리지 않아 '소울'은 자사 OTT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공개됐다. 극장 개봉을 기대하며 수년 동안 노력해 온 동료 직원들은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집콕'하는 가족이 한데 모여 '소울'을 보며 감정을 공유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힘든 시기에 힐링이 많이 됐다고 하는 걸 보고 '내 일이 사람들에게 이렇게 도움이 될 수도 있구나' 했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느끼는 좌절감은 어느 분야나 비슷하다. 하지만 이 일은 평균 이상으로 즐거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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