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하면 순삭, ‘A’급 회사채도 없어서 못산다

입력 2021-02-08 13:41 수정 2021-02-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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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 싸움이 치열하다. 하지만 남는 게 없는 장사다.” 대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블랙홀로 떠올랐다. 부실기업으로 낙인 찍힌 ‘B’급 회사채까지 나왔다 하면 완판 행진이다. 낮은 수익률에도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관 뭉칫돈이 몰리면서 고위험 채권까지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기업들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자금 조달액을 늘려잡고 있다.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자금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3000억원 모집에 2조1100억원의 자금을 받아냈다. 이달 9일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현대자동차는 최대 6000억원의 증액발행을 검토 중이다.

‘BBB’등급의 두산인프라코어는 1100억원 모집 목표에 2860억원의 기관 자금이 들어왔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2.6대1을 기록했다. 현재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용등급을 BBB급에 ‘불확실 검토 등금감시 대상’으로 올린 상태다.

한화는 3년물로 700억원 모집에 1조1500억원, 5년물로 300억원 모집에 4300억원을 받아 총 1000억원 모집에 1조5800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수요예측 경쟁률은 3년물이 16.50대1, 5년물이 14.33대 1에 달했다.

SK렌터카는 1000억원을 모집하는 3년물에 1조1850억원, 500억원 규모인 녹색채권 5년물에 총 7770억원이 몰렸다. 3년물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1.85대1 5년물은 15.54대1에 달했다.

CJ대한통운은 3년물로 500억원 모집에 3000억원, 5년물로 700억원 모집에 6300억원, 7년물로 300억원 모집에 2800억원을 받아 총 1500억원 모집에 1조2100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신세계푸드도 수요예측에서 목표치(800억원)의 4배에 가까운 38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이외 롯데글로벌로지스, 대림(A+) 등도 모두 목표치를 뛰어넘는 기관 뭉칫돈이 몰렸다.

하나금융투자 김상만 연구원은 “높은 금리를 원하는 기관들의 투자수요가 표출되며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결정 금리는 밴드 하단을 뚫는 모양새다”면서 “공모발행에서 수모를 겪었던 두산인프라코어(BBB0) 역시 결정금리가 금리밴드 하단에서 결정되면서 위험선호에 대한 투심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사채 인기는 경쟁률이 말한다. 1월 회사채 수요예측 평균 경쟁률은 7.5배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2배의 2배에 달한다. 한화 SK렌터카 등 10배가 넘는 수요가 몰린 곳도 있다. 민평(민간평가) 대비 발행 스프레드는 -18bp 수준이었다. A등급 가운데는 -50~-60bp의 발행 스프레드를 보인 곳도 있다.

삼성증권 김은기 연구원은 “유동성의 힘은 관성의 법칙이 있어 적어도 2월까지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3월은 연간 실적 발표와 주주총회 등으로 매년 회사채 발행이 많지 않아 2월 발행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LG전선, LG유플러스, 한라홀딩스, 두산인프라코어, 현대트랜시스,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 SK랜터카, 한화, 한솔제지 등 대부분 기업이 증액 발행했거나 하고 있다.

손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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