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 조력이 제한되는 것은 형사소송법 등 관련 규정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도록 일부 개정됐다.
그러나 경찰 수사관이 변호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도 남아 있다.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 제3항은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문 후’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신문 도중에는 변호인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없다. 단서 조항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이 있거나 부당한 신문을 할 경우에만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을 뿐이다.
최대현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이 조항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최 교수는 “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해주면서 신문 후에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하면 신문 중에는 부당한 것 이외에는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피의자를) 한쪽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수사기관을 상대로 끌려가지 않도록 해야 하는 변호인에게 그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으라는 의미인데 그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경찰청 훈령도 변호인 참여를 자의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경찰청 훈령 제15조에 따르면 경찰관 승인 없이 부당하게 신문에 개입하거나 모욕적인 말과 행동을 해 수사에 현저한 지장을 줄 경우 변호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
이 중 ‘부당하게’, ‘모욕적’, '현저한 지장'이라는 표현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해당 표현이 추상적이고 모호해 수사관이 이를 빌미로 자의적으로 변호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훈령은 현재 폐지됐지만 지난달 시행된 경찰수사규칙도 '현저한 지장'이 있을 경우 변호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혜림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검찰이 아닌 경찰의 수사 범위가 넓어졌기 때문에 (해당 훈령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며 “피의자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으려면 잘못된 현행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내부 규정 개정뿐만 아니라 △형사공공변호사 제도 도입 △수사단계 변호인 선임 의무화 등의 제도적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경제력이 없는 피의자에게 국선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 공공변호인 제도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보다 (변호인의 신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폭이 너무 크다”며 “변호인이 자유롭게 (신문에) 참여하고 신문 중에 언제든지 개입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