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석유’ 배터리 혁명에 전 세계 ‘파워 업’

입력 2021-02-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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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역사' 가솔린 車 천하에 도전장 던져
배터리 붐, 석유제품·천연가스 수요 대체
WSJ "업계 넘어선 창조적 파괴 확산될 것"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생산 모습. 사진제공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생산 모습. 사진제공 SK이노베이션
20여 년 전 처음 등장한 리튬이온배터리가 세상을 바꾸는 중심에 섰다.

충전식 리튬이온배터리는 1991년 휴대용 비디오카메라에 처음으로 탑재됐다. 이후 노트북PC가 그 뒤를 이었고, 10년 뒤에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단말기에 전력을 공급하게 함으로써 거대 IT 기업들의 급성장을 도왔다. 최근에는 그 영역을 전기자동차(EV)에까지 넓혔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이제 소비자용 제품뿐만이 아니라 세계 전력 사용에 있어 대변혁을 일으키려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분석했다.

최근 에너지 업계에서는 배터리 가격의 하락에 따라 기업이 전기를 축적하고, 재생 에너지를 활용하기가 한층 쉬워졌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100년에 이르는 가솔린 엔진 천하에 배터리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빠르고도 급격하게 비용이 저렴해진 덕분에 대부분의 완성차 업체들은 향후 5년 이내에 전기차를 가솔린차와 거의 같은 가격에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 팩과 모터의 제조 비용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동등한 중형 세단의 내연 엔진보다 약 4000달러(약 446만 원) 더 비싸다. 하지만 2022년에는 그 차이가 1900달러로 좁혀지고, 2020년대 중반쯤에는 그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력망에 배터리가 채용되는 케이스도 증가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지난달 리튬이온배터리 셀 250만 개를 쌓아 올리는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미국 전력 대기업 넥스텔라 에너지 산하의 플로리다 파워&라이트는 이 배터리가 있으면 ‘월트디즈니 월드 리조트’에 7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수십 년 동안 이용됐던 피커(Peaker) 발전소 대신, 리튬이온배터리를 대량으로 설치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붐’은 원유나 가솔린 등 석유제품, 그리고 주로 발전소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수요를 빼앗을 수 있다. 당장 근미래에는 자동차·에너지 산업의 배터리 전환으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에 한 발짝 더 전진할 전망이다. 아울러 WSJ는 현재 배터리가 주로 전기차 용도에 집중됐지만, 수요 확대에 따른 비용 감소가 진행되면 업계를 넘어선 ‘창조적 파괴’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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