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코로나19 기원설' 중국 각본대로?...앵무새 된 WHO

입력 2021-02-10 10:57 수정 2021-02-1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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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연구소 유출은 아냐”
해외 기원설·냉동식품 전파설 가능성 열어둬
美 “中, 투명성 제공 안 해” 비판

▲량완녠(왼쪽) 칭화대학 교수와 피터 벤 엠바렉 식품안전·동물질병 박사가 9일(현지시간) 중국 우한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우한/AP연합뉴스
▲량완녠(왼쪽) 칭화대학 교수와 피터 벤 엠바렉 식품안전·동물질병 박사가 9일(현지시간) 중국 우한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우한/AP연합뉴스

중국 우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진행한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주장했던 해외 기원과 냉동식품 전파 가능성은 열어뒀다. 사실상 중국 손을 들어준 것이다. 미국은 조사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WHO 조사팀 “동물 통한 감염 가능성 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WHO 조사팀은 중국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내용들에 무게를 실어줬다.

우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실험실 유출설을 일축했다. 조사팀 책임자인 피터 벤 엠바렉 식품안전·동물질병 박사는 이날 우한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가 중간 숙주 동물을 통해 인간에 전염됐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면서 “더 많은 연구와 구체적인 표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물에서 사람으로 바이러스가 옮겨갔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는 “실험실 사고로 바이러스가 인간에 유입됐다는 주장은 추가 연구조차 필요하지 않다”며 국제사회가 제기해 온 실험실 유출설에 선을 그었다.

엠바렉 박사는 냉동식품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냉동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알고 있지만 인간에 전파되는지는 모른다"면서 “냉동식품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또한 중국의 주장 그대로다. 중국 전문가들은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수입 냉동식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해왔다.

코로나19 전파 시점 관련해서도 엠바렉 박사는 "확진자 혈액 샘플 조사 결과 처음 보고된 2019년 12월 이전 우한이나 다른 곳에서 대규모 감염이 있었다는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초기부터 불안했던 WHO 조사…중국, 비자 발급 미뤄

중국은 조사 범위를 놓고 WHO와 몇 달 간 줄다리기를 해왔다. 초기 대응 부실 비난을 우려한 것이다. 그러나 조사가 지연되면서 국제사회 비난이 커지자 결국 수용했다.

이후 조사 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WHO는 지난달 5일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중국이 비자를 내주지 않아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까지 나서 입국 지연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자 중국은 한발 물러섰고, 조사팀은 지난달 14일 우한에 도착했다.

조사팀은 코로나19 확산 진앙지으로 지목된 우한 화난 수산시장과 바이러스 연구소, 우한질병통제예방센터 등을 방문했다.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서는 일명 ‘박쥐 여인’으로 불리는 중국의 유명 바이러스 학자 스정리를 만나 코로나19 확산 관련 논의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이 2일(현지시간) 우한의 질병통제예방센터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한/AP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이 2일(현지시간) 우한의 질병통제예방센터를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한/AP연합뉴스

발표 뚜껑 열어보니…해외 기원설·냉동식품 전파설 일부 인정

WHO 조사팀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조사에서 사실상 중국 측 주장을 대부분 수용했다. 중국은 처음부터 코로나19가 우한이 아닌 해외에서 전파됐을 것이라며 해외 기원설을 주장했다. 이에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기원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조사팀은 중국 밖에서 전파가 시작됐을 가능성을 인정했다. 조사팀 소속 마리온 쿠프만스 교수는 “그곳이 어디든 간에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작된 곳을 찾아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냉동식품을 통한 전파도 애초 중국의 주장이었다. 중국은 아르헨티나산 소고기와 우크라이나산 아이스크림 등 냉동식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며 이것이 초기 확산의 경로일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엠바렉 박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두 가지 시나리오로 “중간 숙주종을 통한 전파와 냉동식품을 통한 전파”를 꼽았다.

“중국, 투명하게 지원 안 했다” 비판 제기

WHO 조사팀 기자회견이 중국의 입장을 홍보하는 자리가 되자 미국은 투명하지 않다며 비판에 나섰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WHO 조사팀이 중국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며 “중국이 투명하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도 “미국 정부는 이번 조사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조사팀이) 데이터를 독립적으로 검토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시진핑 백신 외교에 주력…“백신 협력 준비됐다”

중국 책임론에 면죄부를 준 결과가 발표된 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백신 외교에 박차를 가했다. 시 주석인 이날 오후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과 중·동유럽(CEEC) 17개국 경제협력 추진 기구인 ‘17+1’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CEEC 회원국과 백신 협력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르비아가 유럽에서 처음으로 중국 제약회사 시노팜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것을 강조하며 “백신을 전 세계 공공재로 취급해 공평한 분배와 사용에 이바지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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