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 가구, 856만 마리.’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 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약 600만 마리의 강아지, 250만 마리의 고양이, 그 외의 많은 동물이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국내 네 집 중 한 곳은 반려동물을 기를 정도로 수가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전업계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인간 편의를 위한 기능에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 양육 가정에서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해주는 ‘펫 케어 가전’이 속속 등장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내세운 중견업체부터 기술력으로 무장한 대기업까지 해당 시장에 뛰어드는 양상이다.
LG전자는 이달 초 펫 케어 기능을 더한 트롬 세탁기와 건조기를 출시했다. 지난해 11월 무선청소기 A9S의 ‘펫 버전’을 선보인 데 이어, 새로운 반려동물 가전을 출시한 것이다.
반려동물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적 원인 물질인 알레르겐을 제거하는 게 추가된 주요 기능이다.
건조기에선 반려동물 털·냄새 제거 성능을 대폭 높였다. 펫 케어 건조코스는 물을 100도(℃)로 끓여 만든 트루스팀을 통해 의류에 밴 개·고양이의 체취와 배변 냄새를 제거한다. 기본 액세서리로 제공하는 건조 볼은 의류에 붙어 있는 털 제거에 효과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세계 최대 가전ㆍIT 전시회에서 무선청소기에 적용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스마트싱스 펫(SmartThings Pet)’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로봇청소기 ‘삼성 제트봇 AI’의 카메라, 센서를 활용해 반려동물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서비스는 상반기 중 한국과 미국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중견업체와 스타트업은 톡톡 튀는 이색기능을 품은 가전으로 펫 케어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 ‘펫 펄스랩’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AI와 내장마이크를 사용해 반려견의 짖는 소리를 분석해 감정 상태를 주인에게 알려주는 디바이스 ‘펫 펄스’를 선보여 큰 관심을 받았다.
50여 종의 개에서 수집한 1만여 개의 ‘짖는 소리’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반려동물의 감정을 행복, 불안, 슬픔, 분노, 편안함 중 한 가지로 분류하는 식이다.
반려동물 가구의 고질적인 고민인 ‘배설물’ 처리를 해주는 가전도 눈에 띈다. 지디피아는 초음파 센서로 강아지의 움직임을 감지한 후 오염된 배변 패드를 자동으로 교체해주는 스마트 배변 패드 '아이독포티를 출시했다.
현대렌탈도 고양이의 배설물을 자동으로 처리해주고, 건강 모니터링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 ‘라비봇2’를 시장에 선보였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반려동물과 함께 집에서 보내는 ‘펫콕족’이 증가했다”라며 “반려동물과 생활하며 발생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해줄 ‘장비’를 갖춰야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인식이 증가하면서 가전업계도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