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 씨는 최근 서울 소재 주꾸미 집에서 공깃밥을 주문하려다 깜짝 놀랐다. 메뉴판에 ‘공깃밥 1000원’이라고 쓰여 있었지만, 정작 주문하자 2000원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A 씨는 “공깃밥이 너무 비싸서 볶음밥을 추가해 먹었다”라면서 “요새 물가가 너무 올라서 공깃밥을 아예 안 먹거나, 주먹밥, 볶음밥 등 다른 사이드 메뉴로 바꿔먹는다”라고 말했다.
‘공깃밥 1000원’ 공식이 깨질 조짐이 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식자재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수년만에 두드러지게 쌀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미 즉석밥은 줄줄이 가격 인상이 시작됐다. 그렇게 따지면 공깃밥도 올라야 하는 상황이라 회원수 65만명인 국내 최대 자영업자 온라인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의 게시판에는 "배달매장 공기밥 1500원 받기 운동에 동참하자"는 회원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가격 저항 등의 우려로 쉽사리 가격 인상을 당장 단행하기 어려워 식당 등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aT KAMIS)에 따르면 9일 기준 쌀 20㎏ 도매가격은 5만7320원으로 1년 전(4만7100원)과 비교해 약 22%, 평년(4만1673원)에 비해서는 38%까지 급등했다.
가공 즉석밥의 가격은 이미 인상이 현실화됐다. 동원F&B가 지난달 ‘쎈쿡’ 7종 가격을 1350원에서 1500원으로 11% 올린 데 이어 CJ제일제당은 25일부로 ‘햇반’ 가격을 6~7% 수준 인상하기로 했다. 2019년 2월 이후 2년 만의 가격 인상이다. 오뚜기도 다음 달 ‘오뚜기밥’ 가격을 7~9% 인상하기로 했다.
가뜩이나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매출 부진이 극심한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에 이어 배달료, 식자재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인상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자영업자 카페 등에서는 하지만 공깃밥은 관행적으로 무료였고, 과거 쌀값이 아무리 올라도 '1000원’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당장 가격 인상을 단행하기는 조심스럽다는 게 소상공인들의 입장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아귀찜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 B 씨는 이미 배달로 나가는 공깃밥은 2000원에 팔고 있다. B 씨는 “주변 회사들이 재택근무에 들어가면서 매출이 절반 이상 줄어 배달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불가피하게 배달 공깃밥은 2000원을 책정했다”라면서 “다만, 홀에서 식사하거나 포장해갈 경우엔 아직 1000원인데 이 가격까지 올리기엔 고민이 된다”라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C 씨는 다음 달 1일부터 야채김밥, 참치 김밥을 500원씩 올린 3000원, 3500원에 팔고 일부 메뉴들도 500원씩 올릴 예정이다. C씨는 “가격 올리는 게 쉬운 결정이 아니라 고민”이라면서도 “원자재가 너무 올라 이미 마음은 100% 기울어진 상태”라고 전했다.
이밖에도 달걀값의 고공행진에 관련 서비스를 제외한 곳도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돼지고깃집을 운영하며 고기 도시락을 파는 사장 D 씨는 “최근 달걀이 ‘금(金) 달걀’이 되면서 공깃밥 위에 무료로 올려드린 계란후라이를 1000원에 팔고 있다”라고 전했다.
떡볶이 등 밀, 쌀로 만드는 가격 제품도 가격인상 가능성이 열린 상황이지만, 관련 업자들은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공깃밥 인상 주장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도 없지 않다. 한 소비자는 "작황에 따라 언제든 쌀값이 다시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데 공깃밥 가격을 한번에 50% 올렸다가 과연 쌀값이 떨어지면 원상복귀하겠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