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의 인기가 뜨겁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이어 차세대 SNS로 꼽힐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는 상황이다. 정치인들도 클럽하우스를 활용하며 일반인과 쉽게 소통할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클럽하우스가 확증편향을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책임 있는 정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클럽하우스는 지난해 3월 미국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출시한 오디오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구글 개발자를 지낸 폴 데이비슨과 로한 세스가 운영하는 회사다. 창업 8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가치가 1조 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으로 꼽혔다.
클럽하우스는 음성채팅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에 기존에 존재하던 디스코드(Discord)와 비슷하다는 말도 나온다. 차이점은 폐쇄성이다. 클럽하우스는 초대권이 존재한다. 기존에 클럽하우스에 가입한 사람이 초대권을 보내거나 가입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일원이 될 수가 없다. 친구가 많은 '인싸'만 클럽하우스 일원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클럽하우스 초대권이 중고거래 시장에 많게는 100만 원에 올라오기도 했다. 초대권을 1인당 기본 2장만 주기 때문이다. 초대권을 더 받으려면 클럽하우스 가입을 원하는 대기목록(Waitinglist) 속 지인의 가입을 승낙해주는 등 활동을 활발하게 해야 한다. 클럽하우스 가입 자체가 희소성을 띠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아이폰에만 베타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조차 없다.
희소성만이 클럽하우스 인기의 배경은 아니다. 평소 쉽게 만나기 힘든 사람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클럽하우스는 누구나 대화방을 열면 자유롭게 그 방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나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물론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와 대화할 수도 있다. 얼마 전 클럽하우스에 가입한 이모 씨(25)는 "평소 보기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운이 좋으면 얘기할 수 있어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매력에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몰려드는 모양새다. 일반인은 물론 연예인이나 CEO, 정치인까지 몰렸다. 최근에는 서울시장 출마를 밝힌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물론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까지 클럽하우스에 가입했다. 중진의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과 민주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강훈식 의원도 계정을 개설했다.
가장 먼저 클럽하우스를 활용한 정치인은 장혜영 의원이었다. 앞서 장 의원은 후원회장인 이슬아 작가와 대담 형식으로 구성한 의정 보고서를 냈다. 6일 밤 진행한 클럽하우스 대화에서 장 의원은 '말하는 의정 보고서'라는 주제로 보고서에 관한 피드백을 나눴다.
이어 9일엔 서울시장 출마를 밝힌 금태섭 전 의원이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제목의 방을 만들었다. 이날 채팅방에는 기자들도 있었지만 일반 시민들이 다수 참여해 질문을 던졌다. 특히 이번 채팅방은 금 전 의원이 직접 운영하고 진행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았다. 금 전 의원은 10일 이투데이와 만나 “(캠프에서) 클럽하우스를 하자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주변에서 그런 쪽에 밝은 분들이 꼭 하라고 했다”며 활용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금 전 의원 관계자는 클럽하우스 방을 계속 만들 전망이며 빈도는 추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인들의 클럽하우스를 활용한 소통에 사용자들은 정치 참여의 기회가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클럽하우스를 통해 장혜영 의원 채팅방에 참여했던 안모 씨(26·여)는 “정치인 지지자와 정치인 사이에 적극적인 소통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선거 때는 정치 참여가 더 활발해질 것 같다”며 “정치인이 결속력을 다지는 데도 도움이 될듯싶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SNS를 활용한 정치 활동이 긍정적인 측면과 동시에 확증편향이 강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교수는 “정치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소통의 부재였다”며 “그런 부분이 활성화되는 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좋은 정책이나 고민보다 포퓰리즘이나 이념적으로 확증편향 같은 우려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클럽하우스를 통한 소통 정치를 두고 “확증편향만 강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목소리를 들으면 조금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민주주의의 어떤 면에 있어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며 “목소리 큰 소수가 다수처럼 보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책임 있는 참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 교수는 “참여가 확대된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다”라며 “책임성을 가진 참여, 숙의하는 참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정치인은 유권자의 뜻이 어디 있는지를 수용해야 한다”며 “지지자들은 지나치게 개인을 추종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정치인, 유권자로서 주의해야 할 점을 주의해서 가면 그런 문제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는) 거르는 장치가 없어 그냥 다 퍼져버린다"며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