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다음은? 미국발 백지수표에 꽂힌 ‘서학개미’

입력 2021-02-1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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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투자에 꽂혔다. 미국 증시 내 성장 단계에 있는 스팩 주식을 선점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전략으로, 스팩 특성상 ‘하방은 막혔지만, 상방은 열려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모양새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으로서, 현지 공모주 투자가 불가능한 점도 스팩 투자 선호 요인으로 꼽힌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이 해외주식에는 CHURCHILL CAPITAL CORP IV(CCIV), ARCLIGHT CLEAN TRANSITION(ACTC) 등 스팩 주식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서학개미들은 CCIV를 1억5330만 달러(한화 1697억8000만 원), ACTC는 1억3154만 달러(1456억8000만 원)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선 스팩 주식을 백지수표 회사(blank-check company)라고도 부른다. 미국 스팩 종목의 기본 가격은 10달러인데, 유망기업과 인수합병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나타나서다. 스팩은 유망기업과 인수합병을 목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이다.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지만, 인수합병과 상관없이 일반기업 주식처럼 시장에서 매매할 수 있다. 스팩이 인수합병에 결의하지 못해 상장폐지되더라도, 최소 규모의 투자금을 지킬 수 있어 하방 지지가 단단한 투자처로 꼽힌다.

최근 서학개미가 대거 사들인 CCIV는 처칠 캐피탈의 스팩이다. 전기차 업체 루시드 모터스(Lucidmotors) 인수설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제2의 테슬라를 찾으려는 서학개미들이 CCIV 스팩으로 몰린 셈이다. ACTC는 전기버스 회사인 프로테라(Proterra)와 합병 상장 소식을 밝히며 주가가 두 배 가량 오르기도 했다. 역시 전기차 호재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 입장에선 스팩 합병 상장을 이용하면, 기존 기업공개 과정 대비 상장 절차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기업가치 평가액에 대한 변동성도 낮다. 미국에서는 유튜브로도 기업 홍보가 가능해 기업공개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다만 스팩 주식은 합병상장 발표 전까지 어떤 기업과 합병하는지 알기 어렵고, 합병시기도 불분명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슈에 따라 변동성도 크다. 실제 스팩 합병으로 상장한 업체 중 니콜라, 멀티플랜은 사기 의혹과 사업가치 저하로 인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스팩의 성과가 좋은 건 아니다”며 “위험성 높은 개별 스팩에 대한 투자보다는 여러 스팩, 스팩합병 기업을 보유해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ETF 투자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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