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리는 분양가…무주택자 '부글부글'

입력 2021-02-15 16:33 수정 2021-02-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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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분양가 상한, 시세 90%까지 심사 개선
22일부터 분양가 '주변 시세 90%' 인상 예고
청약 대기자 “주거 사다리 걷어차는 정책” 반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달 말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최대 9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무주택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HUG는 분양가를 현실화해 주택 공급을 늘리고 ‘로또 청약’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전국에 걸쳐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분양가마저 같이 오르면 자금력이 부족한 주택 수요자는 청약 당첨으로도 주택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HUG는 고분양가 심사 규정 및 시행세칙을 전면 개정해 오는 22일부터 적용한다. 고분양가 심사는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미입주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HUG가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리스크 관리를 말한다. 이번 개정을 통해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공급되는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선을 주변 시세의 85~90% 수준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 전 지역과 경기·6대 광역시(일부 지역 제외), 세종 등 전국 주요 도시들이 모두 포함된다. 다만 서울 전역과 경기 광명·하남·과천시 등 분양가상한제 시행 지역은 고분양가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업계는 “주택 공급 활성화” 기대

HUG 고분양가 심사 규정 개정 공표 이후 주택 실수요자와 업계는 상반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무주택자들은 최근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유일한 내 집 마련 수단인 청약 문턱마저 높아지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달 22일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최대 9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무주택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이투데이DB)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이달 22일부터 고분양가 관리지역 분양가를 주변 시세의 최대 9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무주택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성북구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이투데이DB)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HUG 개정안 적용을 철회해달라는 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한 청원인은 “지난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 속에서도 무주택자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고 더 저렴한 분양가로 주택을 사기 위해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며 “하지만 이번 방안은 청약을 위해 기다리는 많은 서민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꿈을 박탈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다르지 않다면 기존 주택 매수로 이어지고 결국 시세 상승 후 분양가 상승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라며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해당 청원에는 15일 오후 기준으로 46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문재인 정부는 아예 집값을 올리기로 한 것 같다”며 “HUG 방안이 적용되면 5억 원대의 분양가가 10억 원이 되고, 이러면 서민들이 10년 넘게 청약하려고 기다리면서 키워온 희망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업계는 이번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HUG의 가격 통제로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의 60~70% 수준으로 사실상 묶이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HUG가 분양가를 올리면 자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청약 대신 기존 아파트 매수로 돌아서 청약 경쟁률이 조금 떨어질 순 있다”면서도 “자금이 부족한 주택 실수요자들은 분양가가 올라 청약으로도 집을 마련하지 못하게 돼 결국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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