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93 vs 美 4’...SK vs LG 판결에 고민 깊어지는 바이든 행정부

입력 2021-02-1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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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에너지 시장 미-중 패권경쟁 본격화…관련 일자리 수천 개 소멸 등 부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에서 최종 열쇠를 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청정에너지 시장에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공장이 멈추면 관련 정책이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5일 원자재 정보 제공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셀의 기가팩토리는 93곳에 달한다. 이에 비해 미국은 4곳으로 23배 가까이 차이 난다.

이 업체는 앞으로 2030년까지 중국은 47곳 늘어난 140곳의 기가팩토리를 보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미국은 단 6곳 늘어나며 10곳이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노골적으로 견제하며 청정에너지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등 외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상원 의원과 청정에너지 인프라 투자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만약 우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들(중국)은 우리의 점심을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과 효과적으로 경쟁해야 한다는 경고를 내비친 것이다.

에너지장관 지명자인 제니퍼 글랜홀름 또한 최근 열린 청문회에서 “중국이 이 게임(청정에너지 사업)에 참가해 적극적으로 경쟁하고 있다”며 “미국에서 관련 일자리들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지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만약 ITC의 최종 판결이 확정돼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내 배터리 공장을 멈추게 된다면 관련 일자리나 전기차 생산 등 전반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단순히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 2곳에서 파생될 일자리만 2600개로 추산된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ITC의 최근 결정은 SK이노베이션의 2600개 일자리와 혁신적인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라며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있는 SK이노베이션 공장의 장기적인 전망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더 나아가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를 받기로 한 포드, 폭스바겐 등 완성차 업체들도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의 주요 수요처인 포드의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ITC 판결 이후 "(전기차 배터리) 공급업체인 두 회사의 합의는 궁극적으로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와 노동자들에게 최선의 이익이 된다"라고 올리며 합의를 재촉했다.

폭스바겐도 "한국의 두 배터리 공급업체의 분쟁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봤다"며 "SK이노베이션이 생산하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를 최소 4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요구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중국에 지적재산권 침해 문제 등을 공격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점은 반대 요소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의 지재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무산시킨다면, 이후 중국에 지재권에 대해 요구를 할 명분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

11일 최종판결 직후 낸 입장문에서 "미국 내 배터리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앞으로 남은 절차(대통령 검토 등)를 통해 안전성 높은 품질의 SK 배터리와 미국 조지아 공장이 미국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중인 친환경 자동차 산업에 필수적이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은 같은 날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확정적으로 외국 국가 수반의 행동을 말하긴 어렵다"며 "다만 (거부권의 가능성을)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를 결정했던 예비심결을 "인용(affirm)한다"라고 밝혔다.

동시에 SK이노베이션에 앞으로 10년 동안 영업비밀 침해와 관련한 배터리 제품들의 수입을 금지하는 제한적 배제 명령(LEO)과 미국 내에서 배터리 제품을 판매하고 유통하는 등 사업을 금지하는 내용의 중지명령(CDO)를 내렸다.

단, 포드와 폭스바겐 등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위한 배터리와 부품 수입은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포드 전기차 생산용 배터리와 부품은 4년간, 폭스바겐 전기차 라인에 대한 부품은 2년간 수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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