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혁신적" vs "소통의 권력화"…'양날의 검' 클럽하우스

입력 2021-02-16 17:43 수정 2021-02-1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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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하우스 헤비유저(Heavy User)인 20대 A 씨는 클럽하우스를 '양날의 검'이라고 표현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쉽게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클럽하우스의 큰 장점이지만, 사회적으로 선택받았다는 '특권 의식'을 무의식 속에 갖추게 하는 저열한 전략이 소위 말하는 '인싸(인사이더) 앱'로 포장돼 화제를 일으킨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 음성을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정치인, IT 종사자 등 평소 접할 수 없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SNS라는 긍정적 의견이 있는 반면, 초대권, 스피커-청취자의 비대칭적인 구조로 인해 '권력화된 소통'을 초래한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음성을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음성을 기반으로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클럽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이용자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싸들의 SNS로 불리는 클럽하우스, 사용자만 600만 명 달해

'인싸들의 SNS'로도 불리는 클럽하우스는 미국 스타트업 알파 익스플로레이션이 지난해 4월 출시한 신생 애플리케이션(앱)이다. 문자나 영상이 아닌 음성으로 대화하고 기존 가입자의 초대장을 받아야 가입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최근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등 해외 유명 인사들의 참여를 시작으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IT업계 종사자·정치인들도 열풍에 뛰어들어 화제를 모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국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많은 사용자가 몰려들었다. 클럽하우스는 1년이 채 되지 않아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기업) 평가를 받는 서비스로 성장했으며, 작년 12월 60만 명이던 이용자 수는 올해 1월 200만 명을 거쳐 이달에는 이미 600만 명 수준으로 급증했다.

클럽하우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초대권'은 한때 중고거래 시장에 100만 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올라올 정도로 '클럽하우스 대란'을 초래하고 있다. 카카오톡 보이스톡, 디스코드 등 이미 기존에 있는 음성채팅 방식을 따르고 있는 클럽하우스가 이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1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중고나라 거래 목록에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사진출처=중고나라 거래 정보 화면 캡처)
▲10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중고나라 거래 목록에 클럽하우스 초대권을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사진출처=중고나라 거래 정보 화면 캡처)

클럽하우스, '폐쇄성'이 매력으로 꼽혀…대화 기록도 남지 않아

아이러니하게도 '폐쇄적'인 SNS라는 점이 클럽하우스의 매력이자 차별점으로 꼽힌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가입이 자유롭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SNS에 비해 클럽하우스는 초대권이 있어야만 이용할 수 있으며, 대화방에 있어야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 등이 이용자들에게 '희소성'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클럽하우스는 이용자가 '룸(Room)'이라고 불리는 채팅방을 만들면 '방장(모더레이터)'과 초대한 '발언자(스피커)'가 다양한 주제로 대화하는 식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가입자들도 자유롭게 그들의 이야기를 청취할 수 있으며, 참여 의사를 밝히면 대화에도 참여할 수 있다.

오후 7시부터 시작해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클럽하우스를 이용할 때도 있다는 20대 B 씨는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다양한 직업군의 이용자들이 참여해 할 얘기가 항상 생긴다"며 "정말 평범한 주제로도 이야기할 수 있고 다양한 업계의 경험들도 들을 수 있어서 좋다"고 밝혔다. B 씨는 "초대 시스템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지 않아 좋다"며 "사람들이 무작위로 가입하게 되면 의미 없는 방들이 많아져 난장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한국 출시 3일 차부터 클럽하우스를 이용했다는 20대 직장인 C 씨는 클럽하우스 상에서 나눈 대화들이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는 점을 큰 차별점으로 꼽았다. C 씨는 "앱 내에서 녹화나 녹음 등을 금지하고 있어서 모든 발언이 휘발적이고 공통 관심사가 있는 사람들과 부담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며 "초대제로 이뤄지는 지금의 상황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클럽하우스의 폐쇄적이라는 특성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교수는 "비싼 멤버십이 더 잘 팔리는 경우도 있듯이, 제한될수록 더 들어가 보고 싶은 심리가 있을 수 있다"며 "다른 SNS들은 공개적으로 열려 있는 데 비해 폐쇄적인 클럽하우스는 집단성이나 조직력이 오히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클럽하우스 특유의 폐쇄성은 수직적인 소통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존재한다. (사진출처=클럽하우스 캡처)
▲클럽하우스 특유의 폐쇄성은 수직적인 소통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존재한다. (사진출처=클럽하우스 캡처)

'수직적 소통'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도 존재…"소통 카르텔' 유발

클럽하우스 특유의 폐쇄성은 수직적인 소통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존재한다. 팔로우가 되어 있지 않으면 사실상 대화에 끼어들기 어려운 점, 대화방에 들어갔더라도 모더레이터(방장)가 승인해주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 없다는 점 등이 자칫 '소통 카르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수 딘딘(29·본명 임철)은 지난 9일 자신이 진행하는 SBS 파워FM '딘딘의 뮤직하이'에서 "클럽하우스는 끼리끼리 더 권력화된 소통이다. 중세시대 귀족파티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 같다"고 말했다. 방송인 김지훈도 13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대세가 되는 그룹에 속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면 불안해지는 심리 등 현대인의 심리 상태 중 가장 자극에 취약한 부분을 엿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 씨는 클럽하우스를 영화 '설국열차'에 빗대 표현했다. 권력에 따라 열차 칸이 나뉘는 '설국열차'처럼 대화방 내 스피커(발언자)와 리스너(청취자)의 관계가 마치 권력 구조로 느껴졌다는 것이다. A 씨는 "한 대화방에 들어갔는데 리스너들은 스피커 역할을 얻기 위해서 프로필에 자극적인 사진을 설정하고 스피커들은 마치 후궁을 간택하듯 리스너들을 올려주거나 내렸다"며 "마치 카스트제도처럼 권력이 나뉘는 느낌을 받았는데 갑자기 불쾌해져서 그 방을 나왔다"고 말했다.

C 씨는 "최근 클럽하우스 내에서 "○○방에서 말을 못하는 사람들의 모임" "클럽하우스에서 대화에 못 끼는 사람들의 모임" 등의 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며 "누구나 스피커가 될 수 있는 시스템의 앱에서 대화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방이 생겨난다는 건 굉장한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일부 방에서는 특징이 없거나 재미가 없으면 스피커가 될 수 없으며, 스피커가 됐더라도 지속해서 재미있는 발언을 하지 못하면 리스너로 '강등'되거나 싸한 분위기를 맛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클럽하우스의 구조를 '위계적'이라고 표현했다. 이택광 교수는 "클럽하우스는 원래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엔지니어들이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경향이 있어서 전문적인 정보를 나누는 것이 우선 돼 있다"며 "클럽하우스의 목적은 '클럽(취미·친목 등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조직하는 단체)'을 만드는 것이고 현실 사회의 위계질서를 그대로 옮겨 놓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비하면 '평등'한 시스템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며 "클럽하우스는 사교가 중심이고 원천 정보가 있는 전문가들 중심으로 위계 구조가 구성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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