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논란이 되는 체육계 학교폭력 사태와 관련해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잘 작동해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각별하게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잊을만하면 되풀이되는 체육계의 폭행, 폭언, 성폭행, 성추행 등의 사건에 안타깝다”면서 이같이 지시했다고 임세은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으로 전했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신고·상담시설 외 임시 보호시설 설치, 피해자와 가해자 즉시 분리 조치 등 체육인 인권 보호 강화 시책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 등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문 대통령이 연이어 학교폭력 근절을 강조하면서 체육계 폭력 대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고개를 들고 있다.
체육계 폭력은 비단 프로배구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故) 최숙현 선수는 상습적인 폭행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지난해 2월 경주시청 감독과 팀닥터를 고소하고, 4월에는 스포츠인권센터에 진정서를 넣는 등 폭력 행위를 알렸지만, 별도의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조사 결과 알려졌다.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인 이승훈 선수는 후배 선수를 폭행한 사실이 알려져 2019년 7월 ‘출전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받았다.
고질적인 체육계 폭력이 드러나면서 일명 ‘운동선수보호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폭행이나 성폭력을 저지른 체육지도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문체부 산하에 스포츠윤리센터를 만들어 선수 인권을 보호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하지만 ‘신고 접수와 조사’만 명시됐을 뿐 피해자를 보호하는 구체적인 시행령이나 규칙이 없어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고 최숙현 선수의 경우처럼 신고한 뒤 몇 달이 지나도록 관련 기관이 조사에 나서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수도 없었다.
이에 운동선수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2차로 개정된 ‘국민체육진흥법’ 이른바 ‘최숙현법’이 1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시행 소식을 알리면서 체육계 학교폭력 사건과 관련해 “교육부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 학교 운동부 징계 이력을 통합 관리해 향후 선수 활동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한체육회 국가대표선발규정 제5조에 따라 (성)폭력 등 인권 침해로 징계를 받은 적이 있는 경우 국가대표 선발을 제한한다”면서 “향후 관련 규정 등을 통해 학교체육 폭력 예방 체계를 구축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불공정·인권침해를 유발하는 제도 개선과 함께 지난해 8월 설립된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 강화와 체육계 인권침해·비리 근절을 위해 신고·조사, 신고자·피해자 보호 등 처리 과정 전반을 개선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 시행으로 이번에야말로 체육계 폭력을 근절할 수 있을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