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하던 아파트를 매매하기로 계약한 김모 씨는 며칠 전 매도인로부터 갑작스런 계약 파기를 통보받았다.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매도인이 마음을 바꾼 것이다. 이사를 준비하던 김 씨는 기존 전셋집까지 빼 난처한 상황에 처해졌다.
집값이 치솟자 매도 계약을 파기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받은 계약금보다 집값 오름세가 더 커 계약을 진행하지 않는 것이다. 매수인은 계약금을 보내고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계약금을 내고도 매도인에 의해 계약이 파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로선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를 했어도 매도인이 계약 파기를 요구하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행에 착수하기 전(중도금 납부 등) 까지는 계약금의 두 배를 배상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매도인의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민법 제565조 제1항은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매수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매도자)는 그 배액을 상환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계약파기 예방법으로는 △잔금지급일 이전에 일부금 입금 △계약기간을 촘촘히 설정 △보통의 계약금보다 더 많이 지급 △가계약금인지 본계약금인지 분명히 하기가 있다.
법도 종합법률사무소의 엄정숙 부동산전문 변호사는 “매도인의 계약파기는 원칙적으로 계약이행 전에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매수인이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약이행을 빨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약 파기를 막기 위해서는 중도금이나 잔금지급일 이전에 일부를 지급하면 효과적이다. 엄 변호사는 “잔금지급일 이전에 일부 금액을 지급하면 계약이행으로 봐 매도인의 파기가 불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계약금·중도금·잔금 지급 시기를 촘촘하게 설정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엄 변호사는 “요즘 같은 시기에 집주인이 계약파기를 하는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집값이 오르기 때문”이라며 “계약이 반드시 이행되길 원한다면 각 시기를 가까이 두고 즉시 시행하는 것도 파기를 막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보통 계약금(매매가의 10%)보다 더 많이 지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0억 원상당의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계약금은 1억 원이지만, 1억 원 이상을 계약금으로 보내 매수 의사를 확실히 하는 방법이다.
한편 ‘가계약금’인지 ‘본계약금’인지를 두고도 분쟁이 발생한다. 엄 변호사는 “특정이 안 된 가계약금일 경우 매도인은 가계약금만 돌려주면 계약파기가 가능하다”며 “가계약금 지급 이후 본계약을 체결할 경우에는 계약 내용을 분명히 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