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폭력 이슈’에 프로배구 코트가 어수선하다. 이번에는 선수를 때린 감독이다.
연합뉴스는 19일 이상열 KB손해보험 감독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 감독이 12년 전 사건에 대해 박철우에게 사과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흥국생명 이재영·이다영 선수로부터 시작된 배구계 학폭 폭로가 OK금융그룹 송명근·심경섭에 이어 이상열 감독까지 얽히면서 꺼지기는커녕 더욱 번지는 모양새다.
전날 한국전력 소속의 박철우 선수는 12년 전 자신을 때렸던 이상열 감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감독은 2009년 남자배구 대표팀 코치로 있을 당시, 주축 선수였던 박철우를 구타해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고 약 2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지 못했다.
박철우 선수는 18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1 V리그 남자부 OK금융그룹전과의 경기를 앞두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경기를 3-1 승리로 마친 그는 인터뷰룸에 들어와 “아침에 (이상열 감독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7일 이상열 감독이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 전 인터뷰에서 “저는 선수들에게 사죄하는 느낌으로 (감독을) 한다. 조금 더 배구계 선배로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고 애 쓰고 있다”고 한 말이 도화선이 됐다.
이 감독은 ‘최근 (학교 폭력 문제로) 배구계가 뒤숭숭하다’는 내용의 질문에 “세상이 옛날 같지 않고, 우리는 매스컴의 주목을 받는다”면서 “인생이 남이 모른다고 해서 그냥 넘어가는 게 아니다. 인과응보가 있더라”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박철우는 “(이상열 감독이) 정말로 반성하고 좋은 분이 되시길 기대했다. 그런데 다른 선수들한테 ‘박철우가 아니었으면 너도 맞았을 것’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몇 년 전까지 내 귀에 들어왔다”며 “(이 감독은) 이미 고등학교 때부터 유명하신 분이었다. 지고 있을 때면 (맞아서) 얼굴이 붉어져 돌아오는 선수가 허다했다. 몇몇은 기절했고 몇몇은 고막이 나갔다. 그게 과연 한 번의 실수인가? 한 번의 감정에 의해 한 번 그랬다는 것인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어릴 때는 운동선수가 맞는 것이 당연했다”면서 “그러나 사랑의 매도 ‘정도’라는 게 있다. 인터뷰에서 ‘내가 한 번 해봤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박 선수는 “12년이 지났다. 재사과를 받고 싶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 바라는 건 전혀 없다. 그런데 자신을 정당화해 포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한 “진정으로 그분이 변하셨다면 이런 감정이 남아 있었을까. 좋은 지도자가 됐다면 이런 감정이 남아 있을까”라면서 “언론에 프로배구가 나쁘게 나오는 게 너무 싫다. 그런데 이번에 뿌리 뽑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