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좌잔에 함께 TV시청 괴롭힘도
9명. 1명의 국회의원이 의원실에 고용하는 보좌진의 숫자다. 별정직공무원인 이들은 4급 보좌관부터 9급까지 임용된다. 의원실 별로 분위기는 제각기 다르지만 근로기준법에 적용받지 않는 까닭에 근무 평가에 대한 기준이 주관적인 게 사실이다. 근무평가에서 의원실 분위기를 가르는 것 중 하나는 가장 높은 직급 보좌관의 입김이다. 고위급 보좌관이 가장 중시해야 하는 업무는 바로 의원의 ‘심기 보좌’란 말이 전해 내려올 정도다. 이른바 의원 심기 보좌를 잘 하는 보좌관이라면 의원의 신뢰를 얻는데 제일 순위다 보니 이들이 직제 아래 보좌진에게까지 원활한 소통이나 합리적 업무 처리를 지시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하소연이 많다. 도리어 독단적으로 소통 창구를 막아버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A 의원실 B 보좌관은 “의원은 차등은 있지만, 살아온 경력으로 평가받아 국회에 입성한다”며 “반면 입직 기준의 저항이 낮은 보좌관은 이렇다 할 성과 없이도 ‘심기 보좌’만으로 의원을 신뢰하게 만들 수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보좌관이 다른 보좌진의 ‘공적 가로채기’를 하는 것이 제일 흔하다. 정도의 차이일 것”이라며 “보좌관의 사적인 일을 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의원실 보좌관은 “능력 없는 보좌관들이 적체된 것도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워드 프로세서 등 컴퓨터 능력이 안 되는 분들도 있다. 디지털 국회 혁신이 화두가 되는 마당에 대신 타자를 일일이 쳐달라고 하는 것도 갑질일 수 있어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C 의원실 D 비서관은 “오후 6시에 초안을 만들어 10시에 밥 먹고 온 보좌관에 보고한 뒤 수정한다. 11시에 다했는데, 보좌관이 자고 있다. 오전 2시에 깰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고한다. 보좌관이 ‘내일 보자’고 하면 다음 날 오전 7시에 출근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처럼 새벽 2시, 3시까지 야근하는 게 보좌진의 예사”라고 말했다. 또 국회사무처에서 보좌진의 재택근무를 권고해도 보좌관이 무시하는 경우도 많다.
E 의원실 F 비서는 “나이 많은 남성 보좌관이 여성 보좌진한테 ‘내 말 안 들으면 일하기 어렵다’고 하면서 중요한 일을 안 주고 자질구레한 일을 시킨다. 다음날 밤늦게 술 마시자며 퇴근 못 하게 하고 ‘펜트하우스(저녁 드라마) 같이 보고 가라’고 강권하는 사례도 최근 벌어진 일”이라고 언급했다. 과거에는 보좌관이 여성 보좌진을 성폭행해도, 여성 국회의원이 해당 보좌관을 징계하지 않고 사실상 두둔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보좌관에 대한 평가는 의원 한 명만 만족하면 되기 때문에 다른 보좌진에 어떠한 갑질을 해도 상관없게 되는 무방비한 시스템”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부당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적용받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국회 보좌진은 근로기준법에 적용받지 않는 실정이다.
이종선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부소장은 “별정직 공무원도 궁극적으로 공무원노조와 마찬가지로 보좌진 노동조합을 설립해야 한다”며 “특히 여건이 비교적 더 어려운 4급 미만 보좌진 역시 (노동조합) 조직 대상으로서 신분적으로 안정적인 보좌활동을 보장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