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신고가'... 뒷북 조치에 실수요자만 운다

입력 2021-02-22 17:46 수정 2021-02-2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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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거래 취소된 서울 아파트 2건 중 1건은 당시 '역대 최고가'

#. 지난해 8월 18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광진 하우스토리 한강' 아파트 전용면적 141.54㎡형은 17억6000만 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6월 말 같은 면적의 아파트가 14억98000만 원에 팔린 것보다 무려 2억6200만 원 높은 역대 최고가(신고가)였다. 이 계약은 그러나 5개월여 만인 지난달 돌연 취소됐다. 작년 12월 이 아파트 매매가격이 17억8000만 원까지 뛰며 신고가를 다시 갈아치운 뒤였다.

#. 울산 동구 화정동 '엠코타운 이스턴베이'에선 지난해 9월 전용 101.94㎡형이 4억6000만 원에 팔렸다. 당시 신고가였지만 이 계약은 지난해 12월 취소됐다. 이 아파트 매매가는 이미 5억9000만 원까지 뛰어 6억 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아파트 신고가(新高價)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다. 역대 최고 거래가를 찍으면서 주변 집값까지 끌어올리던 신고가 매매 계약 건수들이 속속 취소되고 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매매 거래로 신고됐다가 돌연 취소된 서울 아파트 2건 중 1건은 당시 기준 역대 최고가였다.

전문가들은 계약이 취소되면 1개월 이내에 다시 신고해야 하는 기존 기한을 더 앞당기거나 등기시점을 보완해 거래가를 신고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실수요자들이 제 값 주고 아파트를 사도록 더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아파트 매매 거래 취소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최근 들어서다. 정부는 이달부터 주택 매매계약을 등록했다 취소하는 경우 해약(계약 해지) 사실을 표기토록 했다. 그동안에는 신고된 계약이 취소되더라도 해약 고지 의무가 없었다. 이달부터는 해당 거래가 해지된 사실은 물론 해약 사유 발생일이 붉은 표시로 남는다.

실거래 신고 정보가 단순 삭제되면 수요자들은 시장 교란행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집값 상승기에 신고가가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은 클 수밖에 없다. 더 높거나 비슷한 가격으로 후속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집을 사는 모든 실수요자들이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

정부가 그간의 허술한 관리를 이달부터 보완하자 시장에선 '뒷북 조치'라는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문재인 현 정부 집권 4년동안 전국적으로 집값이 수억원이 뛴 뒤에야 나온 보완책이었다. 광진 하우스토리 한강 전용 141.54㎡형 매매거래와 울산 엠코타운이스턴베이 전용 101.94㎡형 모두 현재 시세는 '지워진 신고가'를 뛰어넘고 있다.

지워진 신고가 거래 모두 자전거래?

그러나 취소된 거래 중 신고가 거래를 모두 시장 가격을 왜곡하는 거래로 취급할 순 없다는 지적도 많다. 시세를 띄우려 수십억 원짜리 아파트를 허위로 사고팔았다기 보다 집값을 더 올려 팔려는 매도자의 단순 변심, 자금 조달 문제 등의 이유도 많다는 것이다.

실거래 신고 허점 여전
"거래 신고 '등기 신청일' 변경은 실거래신고 제도 취지 어긋나"

특히 여당에선 최근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현재의 계약일 기준에서 등기 신청일로 바꾸도록 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높은 가격에 허위로 계약을 맺어 실거래가를 올린 뒤 계약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집값을 띄우는 '자전거래'를 막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는 계약 시점과 등기일 간 시차가 발생할 수 있어 현행보다 실거래가 신고 기간이 되레 더 늘어날 수 있다. 자전거래는 막겠지만 실거래 신고 제도의 취지와는 어긋나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실거래가 등재가 더 늦어져 주택시장에 대한 신속한 파악이 더 어려워진다"며 "허위계약으로 인한 수요자들의 피해를 막으려면 취소된 거래의 신고 기한을 1개월이 아닌 보름으로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택 매매 후 등기 시점을 보완한 뒤 실거래를 자동 등록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와 관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계약 당일 실거래가를 신고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지금으로선 거래일로부터 30일 이전에 하도록 돼 있는데, 이것을 당일로 바짝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주택 실거래가 신고시 최고가를 신고했다가 취소해 주택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라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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