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힘입은 성장 기업에 타격…주식 투자 매력 경감도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이날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국채 금리 상승 속에서 혼조세를 나타냈다. 블루칩 벤치마크인 다우지수는 0.09% 상승했지만, S&p500지수는 이날 0.77% 빠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무려 2.46%나 급락했다.
이날은 특히 핵심 IT 기업들의 주가가 부진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는 이날 8.55% 급락했다. 이는 지난해 9월 23일(10.35%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 주요 IT 공룡들의 주가도 모두 2~3% 선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애플 주가는 이날 3% 가까이 떨어졌다. MS와 아마존은 각각 2.7%, 2.1% 내렸다.
WSJ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이날의 매도세와 관련해 뚜렷한 요인을 꼽을 수 없지만, 일부 분석가와 투자자는 최근 미국 국채금리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기 금리가 지속해서 상승, 성장주인 기술주에 대한 투자 심리를 크게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1.39%까지 상승했다. 이후 1.37%에 마감하면서 상승폭을 다소 줄이기는 했지만, 작년 2월 이후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대형 IT 기업들이 휘청거렸다.
장기 금리 상승은 일반적으로 경기가 회복세에 접어들었다는 긍정적 신호로 풀이되지만, 초저금리에 힘입어 고성장하던 기술기업 등에는 타격을 줄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들의 향후 부채 부담도 그만큼 덩달아 커지게 된다. 특히 손쉬운 자금 대출에 의존하던 고성장 회사들은 더 큰 타격을 받는다. 이에 따라 최근의 미국 국채금리 상승세는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게 됐는데, 그 여파가 그동안 많이 올랐던 대형 기술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다.
아울러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주식의 투자 매력도 상대적으로 경감된다. 하니 레디 파인브리지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금리가 상승할수록 다른 자산 대비 채권 수요는 늘어난다”며 “채권 금리가 아주 낮다면 주식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할 의향이 있겠지만, 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달라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미국 국채 금리가 계속해서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월가 전문가는 이번 금리 상승이 경제 회복의 확신을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증시가 이를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2013년 발생한 ‘금리 발작’의 재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WSJ는 “금리가 예상보다 더 빠르고 예측할 수 없게 오를 우려가 있다”며 “이렇게 되면 그동안 비교적 서서히, 질서 있게 오름세를 탔던 주식도 영향을 받아 똑같이 발작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특히 그중에서도 그간 고평가 논란이 적지 않았던 기술주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