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정권 따라 유동적인 정책에 기구가 정치적 책임져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19대 국회 당시부터 논의돼온 해묵은 현안인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두고 법적 지위 설정이 최대쟁점으로 떠올랐다.
국가교육위는 정권에 따라 바뀌는 교육정책의 변동성과 불안정성을 해소키 위해 제기됐다. 10년 단위의 중장기적인 정책 설계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결정을 내려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국가교육위의 필요성 자체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학계도 입장이 갈린다는 것이다. 23일 국회 교육위원회 공청회에서 드러난 법적 지위 논쟁도 여기서 기인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에서 발의된 4건 법안은 독립기구로,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 발의안은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설정했다.
먼저 일관된 교육정책이라는 목적에 무게를 두는 측은 심의·의결권을 가진 독립기구여야만이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는 힘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는 이 자리에서 자문기구로 두는 건 일본의 중앙교육심의회와 유사하다며 “현재 우리보다는 선진적이지만 자문을 구하는 것에만 의견을 내고 국민여론이 분화되면 여당 편을 드는 경향이 커져 어용심의회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게다가 일본은) 법적 근거가 없어도 심의회 의견을 따르는 오랜 전통이 있지만 (이제 시작하는) 우리는 없어 (국가 교육위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하기가 어려워 설립 후 무용론이 나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 측은 정권에 따라 교육정책이 변하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옳으니, 자문기구로 두고 대통령이 최종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교육이념이 다른 차기정부가 이전 정책을 승계토록 강제하는 건 실현가능성도 없고 책임정치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라며 “이상적인 초당적 기구를 생각하는데, 교육부와 권한 다툼을 하면서 ‘옥상옥’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도 “(독립기구로 하면) 국민의 요구마저 정치 개입이라며 반대해 잘못된 교육정책이 일관성과 안정성을 가지게 되면 문제가 된다”며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국가교육위 결정에) 시정을 요구하는 완충장치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여야 교육위원들도 평행선을 달렸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도 설립할 당시 책임정치 위배 등 유사한 우려가 제기됐었다며 “당시에도 방송통신을 한 정권이 장악해 이용해먹는다고 했는데, 이 정권이든 저 정권이든 특별히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서 독립기구화를 지지했다.
반면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이 교육공약은 공약대로 하는데 의결기구를 두면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가 된다. 자문기구로 해서 대통령이 책임지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논쟁과는 별개로 국가교육위법은 민주당 발의안으로 처리될 공산이 크다. 민주당 교육위원 요구로 안건조정위에 회부됐기 때문에 다수의석에 따라 본회의 통과까지 진행될 예정이라서다. 지난해 야당이 불참한 공청회를 열어 상했던 명분도 이날 공청회로 회복된 만큼 민주당이 단독처리할 것으로 보인다.